국내 유선전화 1위 업체 KT와 이동전화 2위 업체 KTF와의 합병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합병절차의 1차 관문이었던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서 양사는 최상의 카드인 '조건없는 승인'을 받음으로써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방통위는 공정위 심의결과를 수렴해 내달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공정위와 달리 방통위는 통신산업 육성과 공정경쟁 환경 조성차원에서 필수설비망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어서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남은 절차는 = 한 달간 진행된 공정위의 심사가 25일 마무리됨에 따라 공은 이제 최종 승인권을 가진 방통위로 넘어왔다.

방통위는 25일 발표된 공정위의 의견을 최종 심사에 반영한다.

현재 방통위는 지난주 개별 사업자들을 불러 각각의 의견을 청취했다.

지금은 회계, 기술, 법률 분야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KT 합병심사 자문위원회'가 24일부터 서울 모처에서 3박4일간의 일정으로 합숙심사를 벌이고 있다.

자문위는 26일 합병당사자는 물론 합병에 반대하는 경쟁업체들을 불러 합병이 가져올 시장변화와 경쟁제한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자문위는 논의결과를 보고서로 정리해 내주 방통위에 제출하고 방통위는 이를 상임위원들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고내용을 토대로 상임위원들이 의견보완을 지시하거나 간담회를 하자고 하면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상임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내부 논의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임위원들과의 의견 조율이 마무리되면 방통위는 통신정책심의회를 열어 한 번 더 전문가 그룹의 검토를 거치고 방통위 전체회의에 상정, 최종 결정을 받게 된다.

합병 승인에 대한 최종 결정시기는 법정 검토시한인 4월 말이지만 KT와 KTF가 3월 27일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을 소집한 상태여서 3월 20일 언저리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합병은 허용, 필수설비 중립성도 확보' = 방통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결과에 대해 "앞으로 자체 심사에 공정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면서도 "공정위의 의견은 의견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통위는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도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지금껏 방통위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방통위는 공정위와 달리 경쟁업체들이 쉼 없이 요구해온 KT 필수설비의 중립화 방안을 중심으로 합병의 부가조건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필수설비 문제가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에 영향이 없지만 앞으로 통신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한 부가 조치는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시중 위원장은 25일 국회 문방위에 출석, 답변을 통해 "이번 기회에 유선 필수설비 문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는 "KT와 KTF 통합 과정에서 필수설비 제도개선 방향을 경쟁사들이 충분히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방통위 실무진들도 KT의 필수설비를 경쟁사들이 지금보다 쉽게 이용하고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가입자 선로 공동활용제도(LLU)'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승수 총리는 지난주 국회 답변 과정에서 "전주, 관로 등 필수설비를 중립화된 기관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관로 등 필수설비 여유분에 대한 정보 공개, 설비제공 처리기간 단축 등 방안을 방통위가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해 이를 공식화한 바 있다.

결국, 공정위의 의견대로 KT-KTF 합병 자체가 자회사를 흡수하는 형태여서 현행법상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필수설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쟁사들의 요구를 수용, KT 필수설비를 중립화하고 이를 감독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형태의 부가조건이 유력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