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장세'. 최근 서울 외환시장의 뚜렷한 흐름이다. 위아래로 함께 벽을 형성하고 있는 수급상황에 따라 환율은 박스권내 철저히 안주하고 있다. 이번주( 4. 8 ∼ 4. 12) 환율은 이같은 장세의 연장선상에 놓이되 전 고점 경신을 위한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23일 장중 기록한 1,335.30원을 향한 시도가 재차 있을 것이란 것. 이달 들어 저점을 조금씩 높이면서 1,330원대를 등정한 환율은 지난주 대규모로 이뤄진 외국인 주식순매도와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요요인이 크게 부각돼 있다. 그러나 1,330원대 레벨에 대한 부담감이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에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데다 방향성이 거세된 현 추세의 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있다. 시장 참가자들에겐 '전망(View)'은 없고 '순발력'만 요구되고 있다. ◆ 전 고점 테스트 여지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9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324.78원, 고점은 1,335.44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324.20원, 고점인 1,331원에서 고점이 상향 조정됐다. 위쪽으로 8명의 딜러가 전고점 테스트에 나서 1,334∼1,335원을 상승의 한계가 될 것으로, 1명이 1,340원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아래쪽으로는 1,325원이 단단하게 지지될 것이란 견해가 8명, 1명의 딜러가 1,323원을 저점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1,335원에 경계감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상승 궤도를 그리면서 전고점을 테스트한 뒤 되밀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래쪽으로는 1,325원에서 하방경직성이 견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정서는 펀더멘털 등을 반영, 하락을 바라고 있지만 수급상황이 뒷받침하지 않음을 감안해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뚜렷하다. ◆ 외국인 주식순매도 VS 레벨 부담감 = 지난주 2일부터 외국인 주식순매도는 5,864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3일이후 2거래일 연속 1,000억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함으로써 이번주 초 역송금수요 유입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요인은 뚜렷하게 제시된 셈. 시장 참가자들도 이같은 점으로 인해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선호하고 있다. 과도한 이월은 피하고 있지만 단가조절을 꾀하면서 달러매수(롱)플레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 롱마인드를 유지시키는 요인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외국인은 확신이 없는 것 같다"며 "그동안 오른데 대한 차익실현 차원에서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주에도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중동분쟁의 확대 가능성으로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정유사 등의 결제수요 유입 가능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다만 현재가 비수기라는 점으로 인해 '사재기 심리'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으며 네고물량을 압도할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네고물량의 공급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주에도 1,330원대에서는 상당한 물량이 출회됐으며 업체들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팔아야 할 때'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또 일정 부분을 선물환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또 4월 수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향후 물량 공급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4월 수출이 137∼146억달러에 달해 14개월만에 증가세로 반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에 비해서도 2∼9% 증가가 예상됐다. ◆ 기타 변수 = 달러/엔 환율은 여전히 상승 시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일정부분 달러/원에 영향을 가할 수밖에 없지만 급등락만 없다면 달러/원과의 연동성은 크게 약화된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엔은 당장 135엔을 향한 급등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132∼135엔의 박스권 등락 장세를 연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경제 펀더멘털에 의한 엔화 움직임과 중동 정세의 급변동 가능성에 따른 달러화의 변동이 엎치락뒤치락 서로간의 우위다툼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역외매수세가 지난주 후반 다소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이는 달러/엔의 움직임과 연동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시키면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한 것도 심리적으로 환율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1,335원 이상의 상승할 경우 물가불안이 가시화될 것에 대비, 통화당국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