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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증명 5분 만에 뚝딱…'AI 변호사' 폭풍수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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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AI 활용해 쓴 소장은 합법"

    "입력한 내용 그대로 문서 작성
    非변호사의 법률사무로 못 봐"

    대법 판결, 변호사 견적 서비스 등
    다른 재판에도 영향 줄지 주목

    AI 활용 위법여부, 건마다 달라
    법무부·변협 '기준 마련' 필요
    지인에게 빌려준 100만원을 두 달째 돌려받지 못한 A씨. 리걸테크 플랫폼 로폼을 이용해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원금과 갚기로 약속한 날 등을 기입하니 ‘이자까지 받기로 했는지’ ‘상거래를 위해 돈을 빌려줬는지’ 등 질문이 나왔다. 지연이자(일반 대여금은 연 5%, 상거래는 연 6%)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잇따랐다. 가압류 등 민사적으로만 경고할지, 사기죄 등 형사 경고까지 보낼지도 체크하자 ‘대여금 변제 청구’를 제목으로 한 내용증명 문서가 바로 작성됐다.

    국내에서 이 같은 리걸테크(법률+기술) 서비스가 확산할 토대가 마련됐다. 대법원이 리걸테크와 변호사 단체 간 소송에서 기업 손을 들어준 첫 사례가 나오면서다.

    ◇형량 예측 등 다른 서비스도 ‘숨통’

    내용증명 5분 만에 뚝딱…'AI 변호사' 폭풍수임 예고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대법원 판결로 로폼이 제공하는 내용증명, 지급명령, 계약서, 고소장 등 문서 자동 작성 서비스가 ‘법률 리스크’를 떨쳐버린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박성재 로폼 법률AI센터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 간 소송에서 표준화된 시스템에 이용자가 입력한 내용 그대로를 검토·수정 없이 채워 넣어 법률관계 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서비스는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비변호사의 법률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과거엔 변호사가 50만~100만원을 받고 내용증명을 써줬다. 내용증명, 고소장 등 기초 법률문서 작성 시장을 리걸테크가 빠르게 잠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금지 규제에 시달리는 다른 리걸테크 서비스에도 숨통을 틔울 전망이다. 변호사·의뢰인 매칭 플랫폼 로톡은 2015년부터 해당 서비스가 변호사법에서 금지된 알선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 대한변호사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법무부는 2023년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에 대한 변협의 무더기 징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로폼은 8년간의 ‘불법 꼬리표’ 속에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로톡은 매칭 플랫폼과 별개로 2020년 자체 개발한 형량 예측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변협의 압박에 중단했다. 의뢰인 사건에 대한 변호사 비용 견적 서비스를 선보인 로앤굿 역시 변호사 단체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사이 기업 법무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FTI에 따르면 법무팀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 비중은 작년 44%에서 올해 87%로 높아졌다. 최이선 한국인공지능협회 정책위원 변호사는 지난달 ‘리걸테크 정책 토론회’에서 “검증된 국내 리걸테크를 규제로 묶어둔 사이 국민이 ‘환각 리스크’가 큰 범용 AI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법무부 “법제 정비 등 연구 중”

    법률시장에서 AI 활용 작업의 위법 여부는 내용, 종류, 성격에 따라 개별 법적 판단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새로운 리걸테크 서비스가 나타날 때마다 법적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리걸테크에 적대적인 변호사 단체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판단 이후 서울변회는 후속 조치를 검토 중이다.

    다만 변호사업계에서도 리걸테크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4년 법조·법학계 인사 707명(변호사 283명 포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변호사 76%가 법률 검색·조사에서 리걸테크 도입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선 법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관련 작업에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AI 기술을 법률 시장에 편입하는 데 따른 기존 법 체계와의 조화 방안, 기준 마련, 법제 정비 등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인혁/정희원/김유진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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