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행사가 분양 과정에서 경미한 시정명령을 받았더라도 투자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건설업계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계약자가 시정명령 제도를 남용하면 건설·시행업계의 연쇄 도산과 부동산 금융 부실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하순 대구의 한 오피스텔 계약자들이 시행사 등을 상대로 낸 분양대금 반환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해당 사업장은 분양 광고를 할 때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구청으로부터 건축물분양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받았다. 1심과 2심 법원은 “내용이 경미해 계약 목적 달성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다”며 계약 해제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반 사항의 경중을 따질 것 없이 문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경미한 위반도 계약 해지"…오피스텔 대혼란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시장 침체로 뒤늦게 계약을 무르려는 투자자의 ‘기획 소송’을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과잉과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 후 가격이 하락한 곳이 적지 않아서다. 1~2인 가구용 주거시설인 오피스텔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03년 발생한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사태’ 직후 제정한 건축물분양법 자체가 시정명령의 경미함과 중대함을 구분 짓지 않은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비판도 크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분양 광고의 미세한 문구 차이나 행정 절차상 단순 누락은 시행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중대성 관점에서 시정명령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정/유오상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