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마존 '죽스'는 뛰는데 멈춰 선 K-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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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주인공은 美中의 첨단기술
규제에 막힌 韓과 격차 계속 벌어져
김채연 산업부 기자
규제에 막힌 韓과 격차 계속 벌어져
김채연 산업부 기자
라스베이거스에서 무인택시는 누구나 타보고 싶어하는 최고 관광상품이 됐다. “올해 CES 주인공은 행사장 바깥을 돌아다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죽스와 웨이모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은 올해 CES에서 혁신상의 60%를 휩쓸었다. 한국은 작년에도 가장 많은 혁신상을 받았다. 겉으로만 보면 CES의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하지만 CES에 참가한 한국 기업 853곳의 출품작을 한 꺼풀 벗겨보면 아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었다. 삼성과 LG가 인공지능(AI)을 입은 스마트홈 가전과 눈부신 디스플레이로 관람객 눈을 사로잡았지만 산업 판도를 바꿀 자율주행, 피지컬 AI 같은 메인 무대에선 선두기업과의 격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선보인 자율주행 기술은 사실상 상용화에 들어간 죽스, 웨이모에 비할 바가 못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내놓은 ‘아틀라스’로 체면치레했지만 출품작 수나 구현하는 동작 측면 등에서 중국에 밀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게 대한민국 산업계가 마주한 현실이다. CES 2026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가를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져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무대였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기업. 긴 안목을 갖고 미래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은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드웨어 제조에 집중하느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소홀히 한 점도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정부다. 자율주행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규제 빗장을 걷어내 도시 전체를 테스트베드로 제공한 덕분에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는 수억㎞에 이르는 주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CES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은 “한국 자율주행 업체들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미국·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CES에서 혁신상 트로피를 ‘싹쓸이’했다는 자아도취에 빠진 사이 미국·중국은 인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과 생태계를 하나둘 장악했다. 라스베이거스 도심을 누비는 죽스가 한국 산업계에 던진 경고가 무겁게 느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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