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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졸속 결정 우려되는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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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설 전에 정원 확정"
    환자단체들 '과소 추계' 걱정

    이민형 바이오헬스부 기자
    [취재수첩] 졸속 결정 우려되는 의대 증원
    “설 전에 정원을 확정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심의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느 과 의사가 어떤 지역에 얼마나 필요할지에 관한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며 “시간에 쫓기면 필수적인 논의가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심의위는 6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추계 보고서를 공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를 시작했다. 추계위는 지난달 30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2040년까지 부족한 의사가 최대 1만1136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심의위는 이를 바탕으로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정부는 입시 일정 등을 고려해 2월 15~18일 설 연휴 이전에 정원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심의위는 사실상 한 달 남짓한 기간 많아야 5~6차례 회의를 거쳐 중대한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추계위는 충분한 숙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계위는 지난해 8월부터 총 12차례 회의를 열고, 회의마다 평균 2시간 남짓 논의를 이어갔다. 끝내 위원 간 견해가 엇갈리면서 표결을 통해 결론을 냈다. 이 과정에서 최대 3만6000명으로 추산됐던 2040년 부족한 의사 수는 대폭 축소됐다. 추계위 추계대로라면 향후 10년간 매년 500명 안팎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간 2000명씩 늘리는 개혁안을 추진했던 윤석열 정부보다 대폭 축소되는 수치다. 추계위 전문가 위원이었던 한 의대 교수는 최근 SNS에 “위원 한 명에게 주어지는 발언 시간은 (회의별 평균) 5~6분에 불과했다”며 “위원 15명이 각자 전문적 식견을 펼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명확했다”고 지적했다.

    심의위 위원은 추계위(15명)보다 많은 25명으로 합의가 더 쉽지 않은 구조다. 심의위까지 ‘시간에 쫓긴 결론’을 내린다면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민중심의료개혁연대회의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의료계가 추계위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정과 변수를 밀어 넣었다”며 “과소 추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 의료체계의 장기적 방향을 좌우할 의대 정원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별 정원 배분을 하는 오는 4월 말 전까지 심의위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 ‘의사 달래기’를 위해 서둘러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대신 의료 백년대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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