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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잇따른 암초에 진도 안 나가는 새도약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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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업권 가입률 6%에 그쳐
    신용정보법 개정 작업도 지연

    신연수 금융부 기자
    [취재수첩] 잇따른 암초에 진도 안 나가는 새도약기금
    “시작은 야심 찼는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는 미미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빚 탕감 정책인 ‘새도약기금’을 두고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새도약기금이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제자리걸음 중이란 얘기다.

    새도약기금은 출범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필수인 대부업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불투명해서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 소액 연체 채권을 정부가 매입한 뒤 일괄 소각하는 채무 탕감 제도다. 소각 대상인 연체 채권 중 민간 보유분(12조8603억원)의 절반 이상을 대부업권이 가지고 있다. 대부업권은 정부의 채권 매입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 중이다.

    새도약기금을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부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 중이지만 참여율은 아직 저조하다. 지난달 31일 기준 새도약기금에 가입한 대부업체는 440곳 중 27곳에 그친다. 가입률이 약 6.1%에 불과한 셈이다. 2개월 전 본지 보도(지난해 10월 30일 자) 당시 가입률 2.7%와 비교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법 개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도약기금은 정부가 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개별 채무자의 소득, 자산 등을 심사하는 절차를 거쳐 채무를 조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113만4000명에 달하는 채무 조정 대상자의 심사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려면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은 신용정보 조회 때마다 사전에 개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민간에서 부담하는 재원 역시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새도약기금은 총 8400억원 규모로, 정부 재정 4000억원과 금융권 출연금 4400억원으로 조성된다. 업권별로 은행이 3600억원, 생명·손해보험업권이 각각 200억원, 여신업권이 300억원, 저축은행이 100억원을 출연한다. 하지만 출연금 분담 기준을 놓고 회사별로 합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조정 대상 채권을 보유한 비중대로 출연금을 부담할 것인지,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도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등을 놓고 회사 간 입장차가 크다”고 전했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새도약기금에 먼저 가입한 회사의 채권이나 별도 상환 능력 심사가 필요 없는 사회 취약계층의 채무부터 소각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책 연착륙을 위한 사전 조율보다 제도 발표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정부의 조급함이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에게 기대감만 심어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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