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감정평가 사업의 향방은? ‘시가 과세’ 명분 vs ‘조세법률주의’[광장의 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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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에 휘청인 과세 당국 기준
유사 소송 수백건 전망은...
"예측 가능 기준 마련해야"
유사 소송 수백건 전망은...
"예측 가능 기준 마련해야"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국세청, "시가 과세 형평성 위해 소급 감정 타당"
국세청은 2019년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 근거하여 2020년부터 소위 ‘꼬마빌딩 소급 감정평가 사업’을 시행하여 왔습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납세자가 상속·증여세 신고를 마친 뒤라도, 국세청이 따로 감정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감정가)를 진짜 ‘시가’로 보아 세금을 다시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뒤늦게 추가 과세? 예측 불가능한 납세자 세금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 또는 증여를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내에 스스로 과세가액과 과세표준을 관할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상속 또는 증여는 유상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가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에 상속세 및 증여세 신고 및 과세 목적으로 상속·증여재산의 평가방법이 필요하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라 재산가액을 평가한다고 정하면서, ‘시가’란 불특정다수인 사이에 자유로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이라고 정합니다. 구체적인 부동산 평가방법으로서는 다음 두 가지를 순서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① 당해재산 또는 유사재산의 시가(매매·감정·수용·경매·공매가액), ② 보충적 평가방법(기준시가, 개별공시지가 등).
행정법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규정은 무효”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5일 국세청의 꼬마빌딩 소급 감정평가 사업의 근거가 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규정이 무효라는 취지에서, 상속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해당 사건에서 망인의 상속인들은 2019년 4월 상속이 개시되자, 서울 강남 소재 부동산들(이하 ‘쟁점 부동산’)을 상속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기준시가 등)에 따라 약 451억 원으로 평가하여 법정신고기한이 도과하기 전인 2019년 10월 31일에 상속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2020년 6월 11일을 평가서작성일로 한 감정평가를 받아서 쟁점 부동산의 가액을 약 787억 원으로 재평가했고, 이 감정가액을 시가로 보아 상속세 약 181억 원을 추가로 결정·고지했습니다.납세자는 국세청이 제시한 감정가액 중 일부는 쟁점 부동산의 시가로 인정하였고, 그를 초과하는 부분(약 168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납세자) 청구를 인용하여 과세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국세청의 꼬마빌딩 소급 감정평가 사업의 근거가 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규정이 조세법률주의(헌법 제38조, 제59조), 법률우위의 원칙(행정기본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국세청에만 부여된 권한: 과세표준을 결정하면서 국세청과 납세자 사이에는 법률에 근거한 고정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고, 하위법령의 입법을 통해 국세청과 납세자 사이에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재량의 여지를 마련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관련 시행령 규정에 따르면 납세자는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진정한 시가를 찾아야 하는 반면, 국세청은 신고기한 이후에도 감정을 추가로 허용함으로써 시가 인정범위에 관한 기준이 납세자와 국세청 사이에 다르게 적용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 침해: 납세자는 국세청이 언제, 어떠한 재산을 대상으로 감정을 실시할지 예상할 수 없다. 국세청은 재량에 따라 감정대상을 선정하였고, 납세자는 부과될 세액도 예상할 수 없었다.
- 상위 법률의 입법 취지 몰각: 상속세 및 증세법은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보충적 평가방법을 쓰도록 정하고 있는데 만약 시행령을 통해 국세청이 언제든 소급 감정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법률이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 규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국세청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행령을 통해 법률을 무력화시킬 것이 아니라, 개별공시지가 등을 현실화하거나 보충적 평가방법에서 사용할 개별공시지가 등의 산정기준을 별도로 정하여 해결해야 한다.
법률에 의한 예측가능성도 보장돼야
국세청은 “터무니없이 낮게 신고한 가액을 시가에 맞게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소급 감정평가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납세자가 신고한 가액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정한 평가방법에 따른 것이며,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시행령과 훈령에 근거한 국세청의 선택적 소급 감정평가가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향후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판결은 국세청의 현행 방식에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려면 시행령에 의존하기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감정평가의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법률에 근거한 예측 가능한 과세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의 불필요한 분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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