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지도 못하고 수십명 사망"…'20년 방치' 흉물 아파트 [오세성의 헌집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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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의 헌집만세(36)
2003년 착공한 인천 다소미아파트
유치권·소유권·허가권 꼬이면서 장기 방치
주민들 "고통 극심…차라리 철거했으면"
2003년 착공한 인천 다소미아파트
유치권·소유권·허가권 꼬이면서 장기 방치
주민들 "고통 극심…차라리 철거했으면"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상권 한복판에는 22년 동안 공사 중인 아파트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곧 입주가 시작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색이 바랜 외벽과 설치하다 만 새시, 녹슨 철골 구조물 등이 폐허를 연상시킵니다.
해당 건물은 1997년 금성연립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성된 다소미아파트입니다. 2003년 착공해 올해로 22년이 됐지만, 2011년경 공정률 87%에서 더 이상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공사가 자금난을 겪다 하청업체들이 유치권을 설정하면서 부도가 났고, 부지는 공매로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못하며 다시 소유권이 넘어갔고 이로 인한 소송전도 벌어졌습니다. 일부 공유부분을 매입한 시행사가 임의로 분양을 시도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공사가 장기간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조합도 파산했습니다. 결국 유치권과 소유권, 허가권이 복잡하게 얽혀 명확한 사업 주체가 없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80여명이던 최초 조합원 중에서도 2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짓다 만 건물이 22년 넘게 방치되면서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철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근 상인은 "아이들이 주변을 지나가면 혹시 모를 사고라도 날까 걱정스럽다"며 "이렇게 위험하고 흉물스러운 건물이 20년 넘게 방치돼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상인도 "펜스로 막았다곤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노숙인이라도 드나드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며 "주변에 아파트도 많아 상권에 활기가 넘쳐야 하는데, 저런 건물이 버티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지에는 펜스가 둘려 있지만, 곳곳이 녹슬어 벌어진 상태였습니다. 선이 끊어진 채 방치된 폐쇄회로(CC)TV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일부 펜스에는 낙서가 돼 있고 제멋대로 자란 수풀이 삐져나와 있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지자체인 계양구로 화살을 돌리기도 합니다. 도심 한복판에 건물이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다만, 해당 부지는 엄연한 사유지이기에 지자체에서 쉽사리 개입하기도 난처한 상황입니다. 결국 복잡하게 얽힌 소유권과 허가권 등이 정리되고 사업 주체가 명확해지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셈입니다.
권리관계가 정리되더라도 사업성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B 공인중개 관계자는 "골조는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내·외장은 모두 뜯어내고 다시 공사해야 할 것"이라며 "계양구 신축 대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가 6억원 안팎에 분양되는데, 재공사 비용과 낡은 골조, 작은 규모 등을 감안하면 쉽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그간 여러 민간 투자자들이 해당 사업에 관심을 가졌지만, 사업성이 낮다며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20년 넘게 도심에 건축물이 방치되면서 "대책 없이 고통만 받는 이 상황을 언제까지 버텨야 하느냐"는 지역 주민들의 원성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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