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에 주택 2만 가구 넣겠다는 정부…서울시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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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공급 발표, 지역 반발에 무산된 경험"
11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용산정비창 부지 약 45만6099㎡에 업무·주거·상업 기능을 결합한 입체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당초 서울시는 이 부지에 6000가구 수준의 주택 공급을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주택 공급 규모 확대를 요구하면서 이견이 발생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부지에 2만 가구 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용산정비창에 2만 가구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서울시와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시행 시기 지연 없이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1만 가구 이상 공급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일 말레이시아 간담회에서 "기초 인프라를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가구 수를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도 "6000가구를 상정하고 계획을 짰는데 갑자기 1만 가구 이상 공급하겠다고 하면 학교를 비롯한 기초 인프라가 늘어야 해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기반 시설 변경 등에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빠른 속도로 많은 물량이 공급돼야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는데, 속도를 포기하면 주택 공급 지연으로 시장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유휴부지도 물색하고 있다. 국토가 제시한 유휴부지 중 절반 정도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활용 계획과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서울시는 지역 민원과 장애물 등을 고려하며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인 공급 발표에 나설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속 빈 강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4 공급 대책 등을 통해 용산정비창(1만 가구), 캠프킴(3100가구), 정부과천청사(4000가구) 등 공급을 발표했지만, 지역 주민들과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반대에 흐지부지됐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역시 자치구와 상의 없이 주택 공급을 발표했다가 지역 내 반발이 이어져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정비창에 2만 가구를 공급하더라도 수도권 주택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하진 못한다"며 "일방적인 공급 발표가 거센 반발과 공급 무산으로 이어졌던 과거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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