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AI지원 경쟁하는데…주병기 "기업, 금산분리 규제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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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는 기업민원"이라는 주병기
대통령 '규제 재검토' 지시에도…따로가는 공정위
朱 "난 관계부처와 다른 입장…수십년 된 틀 못바꿔"
경제계 "AI 투자 경쟁 치열한데 되레 규제 강화 발표"
대통령 '규제 재검토' 지시에도…따로가는 공정위
朱 "난 관계부처와 다른 입장…수십년 된 틀 못바꿔"
경제계 "AI 투자 경쟁 치열한데 되레 규제 강화 발표"
주 위원장은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부처 간 공감대는 형성됐다”면서도 “핵심은 투자 촉진이지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주도로 진행 중인 정부 내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져 향후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주 위원장은 이날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소신을 여러 차례 밝혔다. ‘대통령실과 관계부처 간 통일된 의견인지, 부처 간 합의를 보는 과정인지’ 묻자 주 위원장은 “저는 다른 입장”이라며 “각각의 위치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전략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투자 촉진) 방안을 협의하겠다”며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을 위한 규제 예외 적용 방안에도 반대했다. 주 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가 건의한 일반지주사의 자산운용사 소유 규제 완화에도 “기업들이 투자회사를 만들어 손자회사를 확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논의가 본격화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기업 규제 강화 방안도 다수 발표했다. 주 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승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가 신규 상장할 때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범국가 차원의 첨단산업 투자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더니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다는 발표가 나왔다”며 “어떤 기업이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금산분리 완화는 최후의 수단"…자금 조달 '속도전'서 밀린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21일 기자간담회는 정부 내에서 진행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식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수십 년 된 규제를 몇 개 회사의 민원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를 요구한 기업들을 향해선 “규제 탓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이날 발언을 전해 들은 경제계는 “국가 주도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경쟁을 벌이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업들은 “특혜가 아닌 국익 차원에서 규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로 가로막힌 첨단산업 투자
주 위원장은 이날 국내 대기업들이 본업인 제조업보다 문어발식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들이 투자 회사를 만들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여기저기 투자를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금산분리 규제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경제계 주장에 대해선 “주력 산업 투자가 규제 때문에 막힌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SK하이닉스나 삼성 반도체 등은 지금의 규제 체계 안에서 기술 성장을 이뤄냈다”고 했다.이런 발언은 실제 산업계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기업들은 지적했다. AI와 반도체 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연간 수백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기업 자체의 자금만으로는 투자금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선 빅테크·운용사 투자 협력
실제 주요 경쟁국은 금산분리 규제가 없거나 있더라도 은행 중심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빅테크와 글로벌 운용사들은 인프라 구축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44조원 규모 AI인프라펀드를 조성했다. 메타는 블루아울캐피털과 38조원대 데이터센터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인텔도 아폴로자산운용으로부터 약 16조원을 투자받아 51 대 49 합작투자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공개했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국내에서 금산분리 규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경제계는 국내에서도 일반지주회사가 투자전문회사(GP)를 소유해 계열사 출자를 받을 수 있게 하고, 금융회사도 자금을 보태 공동 GP(Co-GP)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100% 자회사 형태로 소유할 수 있으며, 차입 규모도 자본총계의 200%로 제한되고 있어서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도 이런 요구가 잇따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스타트업에 돈을 줄 수 있는 곳은 벤처캐피털인데, 금산분리로 대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기 어렵다”고 요청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셀트리온이 5000만원을 투자하면 은행은 5억원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으로 수백조원 투자금 조달
세계 주요국이 미래 첨단산업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오픈AI의 스타게이트(450조원), 대만 TSMC의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233조원), 인텔의 유럽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112조원),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라피더스 공장 건설(45조원)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제각각 수백조원의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각국 정부도 이런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스타게이트 사업에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대만에 비해 반도체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일본 정부도 라피더스에 2027년까지 9조원 이상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다.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자금 조달 방식에 묶여 ‘속도전’에서 밀리면 경쟁국을 상대로 첨단산업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들의 규제 완화 건의에 정부가 전향적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하지은/김대훈/김보형/김형규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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