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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이혼하자네요" 눈물…청약 당첨 후 벌어진 일 [주간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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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세 반값' 과천 신혼희망타운에 시장 이목 집중
    정작 당첨자는 "1.2억 오른 분양가, 능력 밖" 한탄
    "여당 정책에 대한 정부 관심 부족" 비판도
    LH 주택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과천주암C2신혼희망타운 단지 모형을 보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LH 주택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과천주암C2신혼희망타운 단지 모형을 보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서울과 과천에서 예정된 '로또 청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당 로또 청약에 일찌감치 당첨된 이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수년간 희망 고문에 시달리다 쫓겨나게 생겼다"며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13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8월 첫 주(8월 4일~10일) 기준 방문자가 많은 단지 3곳 중 2곳은 로또 분양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1위는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로 4만507명이 다녀갔습니다. 잠실르엘은 주변과 비교해 전용면적 74㎡ 기준 13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곳입니다.

    3위도 로또 분양이라는 소문에 3만532명이 다녀간 과천시 '과천주암C2신혼희망타운(과천주암C2)'입니다. 자격요건이 까다롭지만, 약 300m 거리에 있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 비해 반값 수준에 공급돼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과천주암C2 전용 55㎡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7억2268만원이며, 서초구 '서초힐스' 전용 59㎡는 지난 4월 13억8000만원(12층)에 거래됐습니다.
    과천시 '과천주암C2신혼희망타운' 조감도. 사진=LH
    과천시 '과천주암C2신혼희망타운' 조감도. 사진=LH
    잠실르엘과 달리 과천주암C2는 이미 청약 당첨이 내정된 이들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공공분양 사전청약에서 과천주암C2 당첨자 651명을 선발한 바 있습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오는 18~19일 본청약에 신청하면 예비입주자 지위를 얻게 됩니다.

    로또 분양을 선점했지만, 사전청약자들에게서는 기뻐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가운데 역대 최대로 오른 분양가 때문입니다. 2021년 사전청약 공고 당시 과천주암C2 전용 55㎡ 분양가는 5억9947만원이었습니다. 본청약에서 1억2321만원(20.5%) 올랐는데, 사전청약을 받은 신혼희망타운 가운데 본청약에서 분양가가 1억2000만원 이상 오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화성시 청계동 LH 주택전시관에서 만난 당첨자 이모씨는 "분양가격이 공개된 직후 아내에게 이혼하자는 말까지 들었다"며 "대체 얼마나 멋진 집이길래 4년이라는 시간을 매수 기회까지 놓쳐가며 희망 고문으로 지내게 했는지 구경이나 하러 왔다"고 푸념을 쏟아냈습니다. 앞서 본청약을 진행한 신혼희망타운들과 같이 추정가 대비 수천만원 수준의 분양가 상승을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높은 상승 폭에 본청약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소득이 낮고 자산이 적은 서민을 대상으로 청약받았기에 생긴 문제입니다. 사전청약을 받은 2021년 기준으로 신혼희망타운은 자산 3억700만원, 월 소득 372만원(2인 가구, 세후) 이내여야 청약 신청이 허용됐습니다. 최저생계비를 감안하면 당첨자들은 1년에 2000만원을 모으기도 어렵습니다. 본청약을 기다리던 4년 사이 출산까지 했다면 자산 증식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LH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신혼희망타운 청약 관련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LH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신혼희망타운 청약 관련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신혼희망타운에는 향후 시세차익의 최대 50%를 정부와 공유하는 조건으로 4억원까지 정책 대출이 제공됩니다. 하지만 자산과 정책 대출을 합치더라도 7억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기에 과천주암C2 분양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정책 대출을 받아 잔금을 내려던 사전청약 당첨자들 모두 자금 조달 문제를 겪게 된 셈입니다.

    정치권도 이러한 문제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첨자가 본청약 지연 기간 돈을 모으더라도 분양가 상승분을 마련하지 못한다"며 "서민 신혼부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사전청약을 받은 신혼희망타운 중 80%가 본청약 지연을 겪은 점을 지적하며 "피해자 구제를 위해 당초 추정분양가에 맞춰 공급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LH는 "사전청약자 입장에서 분양가를 정하겠다"며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이는 결국 20% 넘는 상승률로 돌아왔습니다. 이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을 내놨기에 이번 정부에서는 신경을 써주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분양가는 예상보다 크게 올랐다"며 "차라리 처음부터 분양가가 7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했으면 진작 포기했을 텐데, 이건 말 그대로 희망고문타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자니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LH의 적자가 커진다"며 "정부가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한다면 추정분양가 수준의 공급이나 모기지 규모 확대 등의 조치가 가능하지만, 손을 놓고 있어 분양가가 올라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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