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을 앞둔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전경.  /안양시 제공
수도권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을 앞둔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전경. /안양시 제공
“재건축 선도지구 경쟁에서 2·3차는 기약이 없고, 언제 될지도 몰라요. 이번에 무조건 선도지구가 돼야죠.”(경기 분당신도시 시범한양아파트 주민 이모씨)

23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시범한양 입구에는 ‘주민 동의율 81.1%’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달 초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이 단지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유력 후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연내 지정이 가시화하면서 현장이 들썩이고 있다. 선도지구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잡고 있다. 지난 22일 국토교통부가 선도지구 선정 기준과 배점, 평가 절차 등을 공개하자 주요 단지는 배점이 가장 높은 ‘동의율 채우기’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분당만 10곳 안팎 경합

이날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대 1만2000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되는 분당은 10개 안팎의 단지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분당에서 가장 먼저 입주한 서현시범단지(한양·삼성한신, 4200가구)와 주민동의율 85%를 넘긴 한솔1·2·3단지(1972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까치1·2, 하얀5단지(2523가구), 양지마을(한양1·2단지 및 금호1·3단지·청구2단지, 4392가구), 정자일로(임광보성·한라3·화인유천·계룡·서광영남, 2860가구), 이매동 아름마을(풍림·선경·효성, 1634가구) 등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동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표준 평가 기준을 보면 100점 만점 중 ‘주민 동의 여부’가 60점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이매동 아름마을 통합추진위 관계자는 “우리 단지는 동의율이 70% 못 미치는 수준이라 설문조사 작업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달 6일 2차 주민설명회를 연다”고 말했다.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수싸움도 치열하다. 서현동 시범단지는 애초 4개 단지 통합재건축이 예상됐지만, 최근 2개 단지씩 나눠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 분당신도시 시범한양 A공인중개소 대표는 “규모도 점수에 들어가지만 2개 단지로 나눠야 동의율 점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내 다른 지역 단지에서는 정반대 의견도 나온다. 한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정부 발표 후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니 옆 단지도 재건축에 포함하자는 주민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속도 내자 집값도 우상향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다른 1기 신도시도 들뜬 분위기다. 일산은 강촌1·2, 백마1·2단지(2906가구) 후곡마을3·4·10·15단지(2564가구), 백송마을5단지(786가구) 등이 선도지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관심을 보이며 사전 컨설팅을 벌인 곳들이다.

평촌은 한가람(한양·삼성·두산, 2096가구), 우성·동아·건영3·5단지(1376가구)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우성·동아·건영3·5단지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가구당 주차 대수가 적거나 소형 평수가 많은 단지가 배점상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은 은하마을(2387가구), 금강마을1·2차(1962가구) 등이 경쟁에 나섰다. 산본은 주공11·장미·백합(2758가구), 주공2단지 충무1차(2489가구)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선도지구 지정이 구체화하자 매매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분당 서현동 B공인 관계자는 “최근 시범 삼성한신 전용면적 84㎡ 매매가가 지난 1월보다 1억원가량 오른 15억5000만원대”라며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 투자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도지구 지정 방식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공공기여, 재건축 유형 등은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단지별로 차별화할 부분이 있는데 단순히 동의율 등 총점으로 선정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분당=한명현/심은지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