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손실 사태를 빚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은행별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의 배상 비율이 30~65%로 결정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분쟁 조정 기준을 실제 사례에 적용한 결과다. 은행들은 예상한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투자자는 ‘전액 보상’을 요구하며 소송에 나설 채비에 들어갔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 최대 65% 배상

기본 배상 비율 20~40%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통해 국민 신한 농협 하나 SC제일 등 5개 은행과 고객 간 ELS 분쟁 대표 사례 5건의 손실 배상 비율을 이같이 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금감원이 3월 내놓은 기준은 은행에 기본 배상 비율 20~40%를 적용하도록 했다. 기본 배상 비율은 설명 의무, 적합성, 부당 권유 금지 등 3개 판매 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결정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2021년 3월 25일) 전 기본 배상 비율은 대부분 20%였다. 시행 후 적합성 준수 여부에 따라 국민·농협·SC제일은행은 30~40%, 신한·하나은행은 20~35%로 결정됐다. 여기에 투자자 개인별 요인으로 최대 45%포인트까지 더하거나 뺀다.

손실액의 65%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온 농협은행 사례를 보면, 은행 측은 70대 고객의 투자 성향을 부실하게 파악해 공격투자자로 분류하고 손실 위험을 왜곡해 설명했다.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하고, 고령자 보호 기준 등도 준수하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농협은행의 기본 배상 비율은 40%로 인정됐다. 대면 가입(10%포인트), 고령자(5%포인트), 사후 점검 부실(5%포인트), 예·적금 가입 목적(10%포인트)을 가산했다. 과거 1회 차 조기 상환 실패 경험 요소(5%포인트)를 차감해 최종 65%가 나왔다. 5000만원을 투자해 2600만원 손실을 본 이 투자자는 1690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은행 손실, 예상대로 나올 듯

이번 분쟁 조정의 당사자들은 통보받은 날로부터 20일 안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지녀 다시 소송을 제기해 다툴 수 없다.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은행들은 기본 배상 비율이 더 명확하게 공개돼 투자자와의 자율 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분조위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올 1분기 실적에 반영한 홍콩 ELS 예상 손실 배상액은 1조6650억원으로 전체 예상 손실액(4조7000억원)의 35%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상 배상 비율과 비슷해 손실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는 수용 불가를 주장하며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집단 소송에 참여할 의사를 보인 투자자는 600명 이상으로 로펌에서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H지수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가 기존 예상치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H지수가 만기에 판매 당시의 70%를 회복하면 원금을 보전할 수 있다. 13일 기준 지수는 6761.64로 3년 전의 65% 수준이다.

강현우/박재원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