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지역 사과·배 과수원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과수화상병이 급속도로 확산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금(金)과일’ 사태가 재현될 수 있어서다.

14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충북 충주의 사과 과수원(0.4㏊)과 충남 천안의 배 과수원(0.9㏊)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세균병인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생긴다. 감염되면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괴사한다. 반경 100m 이내의 과일나무들은 뿌리째 뽑아 태운 뒤 땅에 묻어서 폐기해야 한다.

과수화상병은 2015년 5월 경기 안성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가장 피해가 컸던 2020년에는 15개 시·군의 744개 농가(394.4㏊)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해 농가에 지급된 손실보상금만 727억8500만원에 달했다. 이어 2021년 618개 농가(288.9㏊), 2022년 245개 농가(108.2㏊), 2023년 234개 농가(111.8㏊) 등으로 피해 규모는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치료제가 없는 데다 확산 속도가 빨라 신속히 차단하지 않으면 올해 과일 생산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진청은 오는 17일까지 발생지 주변 2㎞ 이내 전 과수원을 대상으로 예방관찰에 나설 계획이다.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대책상황실을 긴급 운영한다. 과수화상병이 잦아드는 7월 말까지 특별 방제 기간을 운영하고 전국 사과·배 과수원, 수출단지, 묘목장 등을 대상으로 방제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