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서울 시내 전경을 바라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서울 시내 전경을 바라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신축을 중심으로 실수요가 몰리다 보니 전세 물건이 부족해지자 인근 구축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임대차법 시행 4년 차를 앞두고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리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 전세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09% 상승해 전주(0.07%)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22일)부터 벌써 51주 연속 오르고 있다.

성동구 전셋값이 0.22% 상승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금호동1가에 있는 ‘벽산’ 전용 59㎡는 지난 2일 5억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 1월만 해도 3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던 면적대다. 불과 4개월 만에 1억2000만원이 상승한 것이다.

응봉동에 있는 ‘금호현대’ 전용 59㎡도 지난 2일 3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연초엔 3억2550만원에도 세입자를 들였던 면적대다. 수개월 만에 약 6000만원이 올랐다. 앞서 옥수동에 있는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10억7000만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는데 직전 거래인 9억8000만원보다 9000만원 상승했다.

동작구도 0.18% 상승해 큰 폭으로 뛰었다.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 1일 10억3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연초엔 8억5000만원에도 세입자를 들였던 곳이다. 4개월 만에 1억8000만원이 상승했다. 사당동 ‘사당자이’ 전용 59㎡도 지난 8일 4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엔 4억원에도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 강북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안내가 세워져 있다.사진=뉴스1
서울 강북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안내가 세워져 있다.사진=뉴스1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요즘 전셋값이 너무 많이 뛰다 보니 기존에 살던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물이 많지 않아 인근 구축 등으로도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북구는 0.16% 상승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미아3재정비촉진구역이 관리처분인가가 예정돼 있어 이주수요가 발생, 미아동과 번동 일대 전셋값이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신축, 역세권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새로 계약할 수 있는 전세 물건이 줄면서 그간 오름폭이 크지 않았던 구축 저가 단지에서도 상승 거래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7월 임대차법이 4년 차를 맞는다는 점도 전세 시장에 혼란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임대차법은 2020년 7월 시행됐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그간 세입자들은 5% 임대료 인상 폭 수준에서 최대 4년(2+2) 거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행 4년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앞으로 또 다시 4년 동안 가격 인상률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셋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이 '이번에 전세를 놓으면 또다시 4년간 묶이는 것 아니냐'며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 및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사진=한국부동산원
매매 및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사진=한국부동산원
한편 서울 집값은 강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집값은 이번 주 0.03% 뛰었다.

용산구는 이촌동과 도원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0.14% 상승했다. 성동구는 정주여건이 양호한 행당동과 옥수동 위주로 0.13% 올랐다. 마포구(0.09%) 강남구(0.08%), 서초구(0.07%) 등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노원구는 상계동과 월계동을 중심으로 0.02% 내렸고, 강북구는 미아동과 우이동을 중심으로 0.03%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거래 희망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혼조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