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범행 여부엔 대답 안해…국선 변호인 "평생 속죄하겠다고 해"
유족이라고 밝힌 누리꾼 "계획 범죄에 휘말려…하루하루 고통"
'여자친구 살해' 20대 의대생 구속심사…"죄송합니다"(종합)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의대생 최모(25)씨의 구속 여부가 8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살인 혐의를 받는 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여부를 심리했다.

오후 2시 50분께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원에 도착한 최씨는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범행 이유와 계획 범행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최씨는 아직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태다.

최씨의 영장심사에 출석한 국선 변호인은 "피의자가 (영장 법정에서) 유족과 피해자에게 평생 속죄하면서 살겠다고 했다"며 "피의자 역시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계획 범행임을 인정하면서도 "오랫동안 계획해온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소재 명문대 의대생인 최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께 서초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옥상에서 남성이 투신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최씨를 끌어냈는데, 이후 약이 든 가방 등을 두고 왔다는 그의 말에 현장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숨진 피해자를 발견하고 최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이 이날 오전 피해자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결과 사인은 흉기에 찔린 출혈(자창에 의한 실혈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피해자를 불러내는 등 범행을 미리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씨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서울 명문대 의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는 그에 대한 신상정보, SNS 계정, 과거 수능 만점 당시 인터뷰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춘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씨가 다닌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그의 학내 평판 등에 대한 게시글들도 올라왔다.

자신이 피해자의 친언니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최씨의 "계획 범죄에 동생이 휘말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댓글에서 "어느날 제 동생이 피의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는데 (피의자가) 갑자기 '죽고 싶다'고 하면서 옥상에서 수차례 뛰어내리려 했다"며 "동생은 착한 마음에 죽으려는 것을 막다가 이미 예정돼 있던 계획 범죄에 휘말려 죽음을 당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희 가족은 지금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동생이 조금이라도 편히 잠들 수 있게 동생의 신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동생 계정을 비공개 또는 삭제하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계속 오류가 걸려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