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시베리아…한국 온 도요새 '역대 최다'
작년 우리나라를 거쳐간 도요새가 관련 조사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요새가 늘어난 데는 지구 온난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돼 마냥 반가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전국 20곳의 갯벌과 연안습지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에 도래한 도요새가 81만4천736마리(56종)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자원관이 본격적으로 도요새 수 조사를 시작한 2015년(48만9천137마리)보다 약 67% 늘어난 것이자 역대 최대치다.

도요새는 도요목 도요과와 물떼새과 등에 속하는 물새류를 통칭한다. 국내에 도래하는 종 가운데 40종 이상이 봄과 가을에 온다.

번식은 러시아 시베리아나 중국 북부지역, 미국 알래스카 등 추운 곳에서 하고 동남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 등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난다.

갯벌 등 연안습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기에 도요새는 연안습지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으로 꼽힌다. 도요새가 늘어났다는 것은 연안습지에 도요새가 먹을만한 다른 생물이 많아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안습지는 오히려 소폭 줄었다.

제4차 습지보전기본계획을 보면 국내 연안습지는 2018년 기준 2천482㎢로 1987년(3천203㎢)보다 23% 작아졌다. 연안습지 조사 방법이 정립된 2003년(2천550.2㎢) 이후 면적 변동이 크지는 않지만, 감소세는 이어졌다.

서식지가 주는 데도 도요새는 늘어난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자원관은 도요새 번식지인 시베리아의 기온이 오르면서 이 지역에 도요새 먹이인 곤충도 늘었고, 이 점이 도요새 번식 성공률을 높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베리아는 기후변화로 가장 빠르게 따뜻해지는 지역으로 꼽힌다. 작년 6월에는 시베리아 곳곳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베리아 온난화와 함께 월동지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도요새 보호 프로그램이 활발히 시행되는 점도 도요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도요새가 가장 많이 찾아온 곳은 충남 서천군 유부도(15만8천240마리)였고 이어 아산만(5만9천271마리), 남양만(5만8천312마리), 장항해안(4만6천968마리) 순이었다.

국내 도래 도요새를 종별로 나누면 민물도요(2015∼2023년 연평균 19만7천899마리)가 압도적으로 많고 붉은어깨도요(5만1천285마리), 큰뒷부리도요(4만4천490마리), 알락꼬리마도요(4만610마리), 개꿩(3만5천379마리) 등이 뒤를 이었다.

자원관은 이번 연구를 위해 가락지를 부착한 도요새 관찰 사례를 호주·러시아·뉴질랜드 등 협력국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알락꼬리마도요와 붉은어깨도요의 수명이 23년 이상인 것도 처음 확인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