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CSP) 중 하나인 NHN클라우드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GPU 인프라를 빌려 쓰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다.
GPU 선점한 NHN, 클라우드 새 판 짠다

“AI 클라우드 시장 선점”

7일 NHN클라우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국내 CSP로는 최초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중 하나인 H100을 자사 데이터센터에 도입했다. 규모도 국내 최대 수준이다. H100 GPU 약 1000장이 도입됐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는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다른 CSP들은 고성능 GPU를 서비스에 활용하고 싶어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클라우드산업은 지금 중앙처리장치(CPU) 기반에서 GPU 기반으로 넘어가는 단계”라며 “아직 AI 클라우드 시장에는 절대적 강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에 먼저 투자한 만큼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AI 생태계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2022년 AI이지메이커를 출시했다. AI 서비스 개발 시 쉽게 고성능컴퓨팅(HPC)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고객사들이 쉽게 AI 도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플랫폼을 하나로 묶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만 해외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며 “현재 가진 강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장이 유럽과 동남아”라고 말했다.

새롭게 열리는 AI 클라우드 시장

업계에서는 AI 대중화가 클라우드 시장 구도를 바꿔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편일률적이던 클라우드 CSP가 저마다 다른 전략을 들고나오고 있어서다. 기존 CSP들은 가격 외에 차별점이 많지 않았다.

자체 AI 모델이나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들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체 생성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에 최적화된 AI 클라우드 서비스인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를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도 자체 AI 모델인 GPT, 제미나이 시리즈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강조하고 있다.

AI 서비스 구축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곳도 있다. KT클라우드는 최근 ‘AI 트레인’이라는 이름으로 AI 모델 학습 지원 서비스를 내놨고 오는 3분기에 ‘AI 옵스(개발환경)’를 출시할 예정이다. 외부에서 들여온 AI 모델과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전략이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GPU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43억1000만달러(약 5조8540억원)로 전망했다. 2032년에는 올해에 비해 약 12배 성장해 498억4000만달러(약 67조6970억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