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사이언스파크 산단 어병마을 주민 "완충녹지 사라지고 거대한 옹벽 들어서"
산단 시행사 "주민설명회 등 열어 합의서 만들고 보상금 지급…관련 기관 협의"
"김해 전통마을 코앞 산단 확장공사로 주민공동체 무너져"
경남 김해시 한 전통마을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 공사가 확장 추진되면서 주민 주거환경이 훼손되고 건강권을 위협받는 등 마을 공동체가 파괴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해사이언스파크 일반산업단지 어병마을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30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산업단지 공사가 확장되면서 주민 주거 환경이 파괴되고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재해영향 재조사와 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 산단 공사는 민간개발 방식으로 2013년부터 시내 한림면 명동리 산 165-2 일원에 조성하고 있다.

시행사는 EKI인더스트리,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이 산단은 당초 2013년부터 시작해 2019년까지 준공할 계획이었으나 시가 대기업 유치에 나섰다가 무산되고 시행사가 바뀌면서 사업이 지연돼 현재 2025년 준공 계획이다.

대책위는 "2019년 10월 완료 예정이었던 공사 기간은 내년 10월로 6년 추가 연장되고, 업체는 지연된 공사 기간을 만회하려고 발파를 하면서 그 진동과 소음으로 가옥에는 균열이 생기고 축사 소는 폐사했다"며 "다수 주민은 신경쇠약, 불면증, 불안,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책위는 "산단과 마을 간 그나마 유지했던 완충녹지가 공사 확장으로 사라지면서 그곳에 20여m 높이의 거대한 옹벽 구조물이 들어서고 있고 전체 길이가 300여m에 달해 안전사고 위협은 물론 사실상 마을이 산단에 갖춰버린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0여가구는 보상을 받고 정든 마을을 결국 떠나버리고 현재는 50여가구, 90여명만 남았다.

어병마을은 옛 가락국 김수로왕 후손들이 사는 집성촌으로 고려 고종 37년(1250년)에 임금이 병풍을 하사하면서 어병(御屛)마을로 불렸다.

이 마을에는 화포천 발원지인 무릉천이 있어 민관이 함께 추진한 우리마을 도랑살리기 1호 사업인 '어병마을 도랑살리기 빨래터 복원'을 한 곳이기도 하다.

대책위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단 사후환경영향조사서를 검토한 결과 자료가 매우 부실하고 산단 확장공사로 인한 환경파괴와 주민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데도 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다"며 "주민 환경과 생존권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후속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단 시행사는 "첫 사업 고시 때는 옹벽이 없었는데 산단을 확장하면서 완충녹지에 옹벽이 들어서고 현재는 도로 사면으로 바뀌었다"며 "그동안 전체 주민설명회, 주민간담회 등 수십차례 하면서 합의서도 만들고 보상금으로 5억7천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시행사는 또 "현재 산단과 마을 사이에 설치한 옹벽 등 공정률은 36%이며 지형상 옹벽을 낮추는 등 공사 변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낙동강유역환경청, 김해시 등 관련 기관과 함께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단 사업승인권자인 김해시는 "발파와 비산먼지로 인한 소음 피해와 환경오염에 따른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계속 공사 상황을 관리, 감독하고 사업시행자가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