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 가동 시점을 1년 이상 늦춘 데 이어 대만 TSMC도 올해 파운드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을 제외한 자동차, 스마트폰, PC 교체 수요가 정체된 탓이다.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인 TSMC는 지난 18일 열린 콘퍼런스콜(실적설명회)에서 당초 ‘약 20%’로 잡은 올해 파운드리 성장률을 ‘10%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전체 반도체 부문 성장률 전망치도 ‘10% 이상’에서 ‘약 10%’로 낮췄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전쟁, 고금리 등)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소비자 심리와 최종 반도체 수요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황 둔화 신호는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파운드리 필수 장비로 꼽히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신규 주문액은 작년 4분기 56억유로에서 올해 1분기 6억5000만유로로 88.4% 급감했다.

미국 일본 등지에 동시다발적으로 파운드리 공장이 지어지고 있어 공급 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반영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하는 파운드리 라인의 양산 시점을 기존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1년 이상 미뤘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로 이날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6.72% 떨어졌다. SK하이닉스(-4.94%), 삼성전자(-2.51%)도 하락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