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한의사협회 글로벌 포럼…세계의사회 회장 등 참석
안덕선 전 세계의학교육협회 부회장 "한국의 의료 규제 모델은 시대착오적"
"의사 전문성이 정부 조치로 결정돼…자율규제 권한 부여해야"
소수의 공무원이 다수의 전문 의료인력을 규제하는 시스템은 시대착오적이며 의사들에게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덕선 전 세계의학교육협회(WFME) 부회장은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2024 대한의사협회 글로벌 포럼'에서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은 의사단체가 자율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전 부회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의료인력정책을 담당하는 13명의 공무원이 의사 등 보건의료인력 132만명의 전문가를 담당하고 있다"며 "한국의 의료 규제 모델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의 휴학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불법"이라며 "정부의 업무복귀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의사 면허를 정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의 전문성이 법적 판단과 정부의 징벌적 조치에 의해 결정돼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문제가 된다"라며 "자율규제가 약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의사단체들이 의사들을 자율규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는 의대생이 참석해 최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자신을 의대 본과 3학년이라고 밝힌 남성은 "한국 정부의 의료 정책 때문에 한국 의료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인데, 한국 정부는 의사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정책을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의사로서 한국 의료의 미래를 바꾸고 싶고, 의료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사들이 정치적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루제인 알코드마니 세계의사회(WMA) 회장은 "의대생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어야 한다.

의사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대 진학을 결정했을 때 너의 열정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도경현 의협 국제이사 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대 교수로서 (이런 고민을 하게 해)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전한다"며 "정부는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미봉책을 내놓기보다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을 통해 올바른 의료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포럼에는 잭 레스넥 전 미국의사협회장, 라민 월터 파르사-파르시 WMA 국제의료윤리 강령 워킹그룹 위원장, 김옥주 서울의대 인문의학교실 교수, 브루스 스콧 차기 미국의사협회장, 박정율 WHO 이사회 의장,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 전문가들도 참석해 ▲ 의료윤리 ▲자율규제 ▲ 의료보험과 수가체계 ▲ 기후변화와 건강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의사 전문성이 정부 조치로 결정돼…자율규제 권한 부여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