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전망 후퇴·배당금 유출로 "환율 상승세 당분간 지속될듯"
美증시 중동위기에 강한 3월 소매판매로 낙폭 키워…코스피 하락 출발 예상
[마켓뷰] 중동·환율 불안한데 美지표도 안 도와주네
16일 국내 증시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에 급락한 미국 증시의 영향으로 경계 심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14일) 코스피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로 긴장감이 고조되며 장중 1% 넘게 낙폭을 확대했으나 불안감이 다소 진정되면서 장 후반 낙폭을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전장 대비 0.42% 내린 2,670.43에, 코스닥지수는 0.94% 내린 852.42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 위기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강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8.6원 오른 1.384원에 장을 마치며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이에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으며 코스피200 선물 순매도를 지속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동을 둘러싼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부담, 유가 불확실성 등이 결합하며 환율 급등이 전개됐다"며 "미국 금리 인하 단행 등이 단시일 내에 진행되기는 어려워 연준의 정책 기조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는 1,300원대 중반 이상의 높은 영역에서의 등락 과정이 당분간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4월에는 배당 시기를 맞아 외국인 배당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향이 있어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조병현 연구원은 "4월은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배당을 집행하는 시점이기에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대형주들의 배당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흐름이 발생한다"며 계절적 요인이 원화 약세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배당금 지급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19일)를 비롯해 기아(15일), 현대차(19일) 등 기업의 배당 일정이 4월 3∼4째주에 집중된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은 외국인들의 역송금 수요를 한층 자극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간밤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후퇴시키며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한 7천96억달러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3%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4.6%대로 올랐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65% 내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각각 1.20%, 1.79% 하락했다.

엔비디아(-2.5%), 브로드컴(-2.5%), AMD(-1.8%) 등 대형 기술주가 내렸으며, 전 세계 인력의 10% 이상을 해고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테슬라는 5.6% 급락했다.

오늘 국내 증시도 하락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전날 저녁 미국 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8조9천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삼성전자가 하단을 지지하면서 낙폭은 제한될 수 있다.

아울러 이날 중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목해야 한다.

중국 경제지표가 개선될 경우 화장품주 등 중국향 소비주들이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동 긴장감이 지속되는 점은 시장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며,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더욱 후퇴시킨 상황"이라며 "이에 코스피는 하락 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보조금 수령 및 투자 규모 확대, 장중 발표되는 중국의 1분기 GDP와 실물 경제지표 등은 하방을 제한시켜줄 수 있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