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한 그릇에 1만6000원이라니…" 미친 물가에 '비명'
“한 그릇에 1만6000원이라니, ‘날도 더운데 가볍게 콩국수나 말아 먹자’는 옛말이 됐네요.”

15일 정오 서울 서소문동의 콩국수 전문점에서 계산을 마친 직장인들이 푸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이 콩국숫집은 지난달 콩국수 가격을 종전 1만5000원에서 1000원 올려 1만6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2000원을 올렸는데, 1년도 채 안 돼 콩가루 등 원재룟값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다시 인상한 것이다. 콩국수에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 점심값이 2만원을 넘는다.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직장인들의 점심 한 끼 값이 1만5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달 김밥, 자장면, 칼국수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4%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5.2% 급등했다.

2022년 3월 5846원이었던 자장면 평균 가격은 작년 3월 6800원, 지난달엔 7069원까지 올랐다. 2년 새 21%가량 뛰었다. 김밥(17.4%), 냉면(15.1%) 값도 2년 사이 15% 넘게 올랐다. 지난 연말·연초 칼국수는 9000원, 김치찌개 백반은 8000원을 넘어섰다.

서울 오장동의 냉면집은 연초부터 1만4000원이었던 냉면을 1만5000원으로, 1만원이었던 만두 한 접시는 1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두 사람이 냉면 두 그릇에 만두와 음료수까지 곁들이면 5만원 가까이 나오는 셈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식자재비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인건비까지 올라 냉면 값을 올리지 않고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도심에서 1만원권 한 장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날 서울시청과 광화문, 종각역 인근 국밥집 16곳을 확인한 결과, 1만원 미만의 국밥을 파는 곳은 두 곳에 불과했다.

국내 외식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통계청 집계)은 2021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34개월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작년 1분기 7%를 넘어섰던 외식 물가 상승률은 최근 3%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외식업체들이 원가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어 물가 오름폭이 다시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식품업체들이 동결해 온 가공식품 가격도 이르면 이달부터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4·10 총선을 앞두고 자의 반 타의 반 제품 값을 억눌러 왔지만,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커져 더는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당장 수출 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을 겪는 조미김 가격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마른김 도매가격은 속(1속은 100장)당 989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8% 급등했다. 코코아 가격도 주요 산지에서 병충해가 확산한 여파로 최근 한 달 새 50% 넘게 급증했다. 설탕·식용유 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