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에 연내 금리 인하해도 완만하게 진행할 듯
지정학적 위험·러 제재에 원자잿값 들썩…각국 중앙은행에 부담
지난 주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차원의 공격을 단행하고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금속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석유와 알루미늄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달아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 올해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영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자금압박 차원에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가 13일 이후 생산되는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니켈 물량을 취급하는 것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 공급의 6%, 알루미늄의 5%, 구리의 4%를 차지하는 주요 금속 생산국이다.

이에 따라 LME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1987년 현재 형태의 계약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인 9.4%나 올랐으며, 니켈도 8.8% 상승했다.

다만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구리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이러한 미·영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자재가 주로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한다.

상하이선물거래소가 이들 제재 대상 러시아산 금속을 거래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주요 원자재 거래소가 된 셈이다.

또 러시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대(對)중국 최대 원유 수출국인 데다 두 번째로 많은 석탄도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에 오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의 수입업자들은 중국과 러시아간 전략적 제휴 덕에 주요 원자재에 대한 가격 할인과 함께 미 달러화 대신 위안화 결제 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다만 중국 경제가 부진한 상황이라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 증가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은 수요 부진으로 금속 거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석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커피 가격도 올해 들어 급등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원두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초콜릿 업계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가장 영향력이 큰 원자재인 원유는 올해 들어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가격이 상승세다.

지난주 브렌트유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2달러를 웃돌았다.

전기차와 데이터센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용 금속도 호황을 누려왔다.

금값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휘발유가와 전기료 상승 등의 요인으로 미국의 3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

원자재 자산관리회사인 노던트레이스캐피털의 트레버 우즈 최고 투자책임자는 "최근 랠리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12월에 연준의 기준 금리가 4.9%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 초 예상했던 3.8%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자신들이 추적하는 23개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3개 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긴축정책 완화 속도는 이들이 긴축정책을 시작할 때처럼 공격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