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두 가지 연금개혁안은 모두 연금의 소진 시점을 명시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나.” (시민대표단 안영균 씨)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연 500인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에선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연금개혁이 미래에 가정한 변수들은 합리적인지, 소득대체율을 높인 ‘더 받는’ 안은 현실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의구심이 묻어났다. 공론화위 안대로 개혁하더라도 미래 세대에 여전히 큰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을 왜 ‘개혁’이라고 부르는지를 따지는 지적도 있었다.

2개 개혁안 놓고 열띤 토론

"기금 고갈 몇 년 미루는게 개혁이냐"…시민 질문에 진땀 뺀 공론화위
공론화위 소속 연금 전문가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동문서답식 대답을 하자 시민대표들이 의아해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세부 개혁안에 대한 자료와 검토, 토론회 진행 방식 등이 허술하다는 비판 의견도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는 오는 21일까지 2주 동안 진행되는 숙의 절차의 첫 단계다. 13일 토의는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14일은 모수개혁 방안을 다뤘다. 모수개혁은 연금 적립금 소진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보험료)과 소득대체율(받는 급여)을 조정하는 것으로 연금개혁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시민들은 첫날부터 모수개혁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복수의 시민대표는 “결국 미래 세대 누군가는 30%가 넘는 보험료율을 내야 하는 안이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공론화위가 시민대표단에 제안한 두 가지 방안 모두 기금 고갈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론화위는 앞서 시민대표단에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인상하는 ‘1안’과 보험료율은 12%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2안’을 제시했다.

공론화위에 따르면 1안의 고갈 시점은 현행 2055년에서 2061년으로, 2안은 2062년으로 미룰 수 있다. 기금 고갈 후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연금 급여를 충당하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면 1안은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소득의 43.2%까지 높아진다. 현행 제도를 유지했을 때(35%)보다 8.2%포인트나 높다. 공론화위 내부에서 1안은 국민연금의 복지 기능을 중시하는 소득보장파, 2안은 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주장하는 재정안정파가 지지하고 있다.

매년 2.5% 성장한다는 소득보장파

소득보장파를 대표해 참여한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묻자 “매년 경제성장률이 2.5%를 달성하면 미래 가입자들은 부과 방식도 감당 가능하다”고 답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지금은 소득에만 매기는 보험료를 자산에도 매기고 정부가 국고로 지원하면 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에서 온 전진 씨는 “만약 경제가 침체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면 대안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소득보장파 학자들은 “선진국을 보면 대체로 2.5%의 성장을 이어왔다” “70년 전인 1950년에 현재와 같은 수준의 성장을 예상할 수 있었나” 등 동문서답 같은 답변을 했다.

재정안정파를 대표해 참여한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안은 국민연금의 누적 적자를 702조원 늘리고 2안은 1970조원 줄인다”면서도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선 2안을 채택하고 향후 추가적인 개편과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시민대표들은 “앞으로 미래 국고 재정이 국민연금을 지원할 만큼 충분한가”란 의문도 제기했다. 소득보장파 학자들은 “선진국들은 국민연금이 모자라면 일반 조세로 충당한다”며 “국내총생산(GDP)의 2%를 지원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정안정파 학자인 김도형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험료나 세금이나 국민 부담이란 점에선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GDP의 2%면 기초연금 두 개를 더 만들 수 있는 규모인데 국민들이 동의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