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치솟자 외국인 매도…"車·조선 수출주로 대응"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사그라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도 증시에서 일부 빠져나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의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주요 업종 중에서는 자동차·장비·타이어·조선 등의 ‘고환율 수혜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등한 환율에 수출주 부각

환율 치솟자 외국인 매도…"車·조선 수출주로 대응"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 선물을 1조246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1월 3일 1조4738억원어치 순매도한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선물 순매도 규모다. 원화가 약해질수록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주식의 달러 환산 평가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대금을 달러로 받는 수출주들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 환차익을 볼 수 있어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린다.

주요 수출주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기아와 같은 자동차주와 자동차 부품주, 조선주, 건설 및 전력장비주, 반도체주가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현대차는 전기차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환율 효과로 실적을 방어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개월 전 3조8611억원에서 전날 3조9103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외 도매 판매 및 수출 물량이 많은 3월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실적 플러스 요인이 됐다”며 “원화 약세와 예상보다 높은 주요국 수요를 고려하면 연간 실적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해운주도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업종으로 분류된다. 조선사의 수주 계약 및 해운사의 운임 계약 대금을 달러로 지급받기 때문이다. 수주 실적 개선과 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 조선사들의 1분기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6% 늘어난 864억원,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은 각각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한 1563억원, 184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북미 전력망 사업으로 실적 개선 중인 전력기기·건설장비 업체도 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66%, HD현대인프라코어는 83%에 달한다. 동유럽권으로 수출 물량이 많은 방산주,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받는 타이어주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외국인도 최근 이런 수출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달러당 1380원대까지 가는 상황도 상정해야 한다”며 “달러 강세가 2022년처럼 이어지진 않겠지만 당분간 반도체, 조선, 기계 등의 업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했다.

○달러 ETF 오르는데, 개인은 ‘하락’ 베팅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환율 흐름과 반대로 달러 약세 전환에 걸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최근 1개월(3월 11일~4월 12일)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를 35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비슷한 상품인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는 14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상품은 달러 선물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야 수익이 난다.

반면 달러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에서 오히려 개인은 돈을 빼고 있다.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는 최근 한 달 개인이 15억원어치를 매도했다. 달러 강세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인버스 ETF를 저점 매수한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배당 지급, 미국 경기 호전, 지정학적 불안정 등을 고려하면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월 말 외국인의 배당금 역외 송금 규모는 약 70억달러에 달해 환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