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상장지수펀드(ETF)에 밀려 오랜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 독보적인 수익률로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상품이 있다. ‘미래에셋코어테크’와 ‘필승코리아’ 펀드는 반도체, 2차전지 등 성장 산업에 집중 투자해 레버리지 ETF 못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12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코어테크 펀드는 올해 수익률 12.44%를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의 2019년 10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107.39%로 코스피지수를 76.02%포인트 앞질렀다.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순자산 규모(7185억원)가 3년 만에 세 배 불어났다. 최근 1년간 순자산도 821억원 늘었다.

이 펀드는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국내 테크주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테크 기업”이라며 “국내 주식은 테크주에 집중하고 다른 산업군은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전략을 쓰는 투자자들이 이 상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입해 화제를 모은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는 2019년 8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 152.06%(9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지수인 코스피지수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올해 수익률도 9.79%로 준수하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2019년 당시 극심했던 한·일 갈등 속에서 탄생했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자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 투자를 늘린다는 목표 아래 출시됐다. ‘애국 펀드’ ‘극일 펀드’라는 별명이 붙었다. 정치적 배경에서 탄생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 공모펀드 시장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에스앤에스텍, HD현대일렉트릭 등을 담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