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완화와 서울시의 사업성 지원 등으로 속도를 내는 듯했던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4·10 총선의 역풍을 맞게 됐다.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면서 안전진단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등 각종 규제 완화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공사비 등 비용 증가로 멈춰 서 있던 조합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각에선 총선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데다 세금을 제외하면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추가 규제 완화 여부보다는 기존 사업장의 사업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주택 4채 중 1채 ‘역풍’

'대못' 뽑히나 했더니…재건축 또 표류 위기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전국 아파트 262만 가구가 재건축 일정에 영향을 받게 됐다. 대상 단지는 서울(50만3000가구), 경기(52만2000가구), 인천(19만9000가구) 등 수도권에 47%가 몰려 있다. 서울은 전체 아파트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앞서 ‘1·10 부동산대책’에서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30년)을 넘긴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바로 재건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사업 기간을 3년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 2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세금 규제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대표적이다. 면제 기준(3000만원→8000만원 이하) 등을 완화한 개정안이 지난달 말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일부 후보는 폐지를 공약하기도 했다.

보유세 등이 미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등 다주택자 규제를 일제히 풀겠다고 했지만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일부 보완책만 건드리고 있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어 법 개정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하면 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보유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진다”며 “투자나 개발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만든 게 지금의 야당이다 보니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기본주택 공공재개발은 민간 정비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과 방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규제보다 무서운 추가 분담금

정치 지형이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대못’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전진단은 지난해 구조안전성 비중을 줄이면서 대부분 단지가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정비업계의 설명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성을 크게 높여주는 내용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120%로 상향해주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재개발 노후도를 기존 67%에서 60%로 완화하는 것도 이달 시행이 예정돼 있다.

도시정비는 지방자치단체 의지가 크게 작용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인센티브 용적률을 상향하고, 공공기여 부담은 낮추는 내용의 대대적인 ‘정비사업 지원 방안’을 내놨다. 서울시 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실행할 수 있다.

개별 구역의 사업성과 조합의 추진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급증한 공사비와 함께 개별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이유정/은정진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