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SK하이닉스 최근 미 투자 발표 계기로 인력 부족 점검
"미, EUV 노광장비 기술 선도 기회 있었으나 놓쳐"
"미 반도체 르네상스에는 인력 필요…생산비 결국 늘 것"
최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숙련된 전문 인력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의 르네상스에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인디애나주에 39억 달러(5조3천억 원)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기지를 짓기로 한 SK하이닉스 경영진의 의견도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사이 세계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미국 점유율은 37%에서 12%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 중국은 모두 합하면 점유율이 58%로 증가했다.

미국 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제조 부문도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가 됐고, 제조 점유율도 쪼그라든 셈이다.

덩달아 미국의 반도체 제조 부문 고용 인원도 2000년부터 2017년 사이에 28만7천명에서 18만1천명으로 줄었다.

이후 약 20만명으로 회복됐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Chips Act)을 제정해 반도체 부흥에 나섰고 인텔의 여러 주에 걸친 투자, 그리고 대만 TSMC의 애리조나주, 미국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의 뉴욕과 버몬트주 등지의 투자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여러 업체가 이 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희망한다.

그러나 보조금만으로는 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고, 설비에는 고객과 공급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숙련되고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지난주 인디애나에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를 투자하기로 한 SK하이닉스의 곽노정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인터뷰에서 "첨단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려면 물리와 화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분야 엔지니어 수백 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계약학과를 통해 인력을 수혈하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인력 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곽 CEO는 "최종 목표는 매우 명확하다.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아주 좋은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우선 인디애나에 있는 퍼듀대학과 협력해 인력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퍼듀대는 수년 전 SK하이닉스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무렵에는 반도체 분야에 특화한 대학원과 학부, 그리고 자격증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었다.

WSJ은 현재로는 전망이 좋아 보이지만 보장된 것은 아니라며 미국은 가까운 미래에 반도체를 생산하기에 비용이 많이 드는 곳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곽 CEO도 특히 건설과 자재를 꼽았다.

퍼듀대의 멍 치앙 총장은 패키징은 통상 노동집약적인 만큼 인건비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며 혁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을 선도할 기회가 있었으나 전략적 실수로 놓쳤다고 전했다.

이 장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네덜란드의 ASML이 제조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가치는 3천500억 달러(480조 원)에 달한다.

버스 크기인 이 장비는 개당 2억 달러(2천740억 원) 이상으로, 지금까지 200개 이상이 출하됐다.

블룸버그는 EUV 장비의 미래를 내다본 업계 경영진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오랫동안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지위에 있었으나 이 기술의 경제성을 의심한 인텔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이 기술의 통제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