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의 美 시장점유율 과연 줄었나
미국과 중국 간 통상 대결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차별적 보조금 조항을 제소했다. 미국은 최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중국에 보내 중국의 저가 제품 ‘과잉 공급’이 미국과 세계시장을 교란한다며 몰아세웠다. 지난해 미국 고위 관리들의 중국 연쇄 방문과 11월 정상회담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듯했지만 양국 간 충돌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언제든 재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최근 가시화한 통상 현안에는 제3국이 관련된 새 국면이 있어 더 주목된다. 지난 2월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이 전년 대비 20% 줄고, 대멕시코 수입이 4.6% 늘어 중국이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서 멕시코에 밀려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 전략이 성공한 결과라고 반겼고,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30년 만에 이룬 쾌거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 통상당국은 중국이 대미 수출 대신 미·캐나다·멕시코 3국 간 자유무역협정(USMCA)을 활용해 멕시코를 ‘뒷문’으로 삼아 더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를 견제하려면 멕시코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멕시코는 미국의 압박 속에 지난해 8월 중국,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 미체결국산 철강 등 392개 품목에 대해 향후 2년간 수입관세를 기존 10% 선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 중국은 멕시코와 정상회담을 포함해 활발한 외교 접촉을 벌이더니 어느새 경쟁자에서 동업자 분위기로 전환시켰다. 중국의 대멕시코 투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해마다 폭증했는데 최근에는 중국의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연간 15만 대 생산 규모 공장을 멕시코 북부지역에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비야디 측은 멕시코 국내 판매용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으로서는 비야디 전기차가 대거 미국 시장에 반입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이민·외교정책 등에 이견을 보이며 미국이 주최해 미주경제번영동반자계획(APEP)을 발표한 미주정상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 싸움을 벌여온 인물이다. 오는 6월 멕시코 대선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집권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 정부에 협조적일지 두고 볼 일이다. 멕시코 경제는 최근 북미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미국의 니어쇼어링(인접국 투자)에 힘입어 페소화 가치가 지난 4년간 34%나 상승한 결과, 2023년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러시아와 한국을 제치고 세계 11위로 부상했다.

결국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지렛대는 니어쇼어링인 셈이다. 기존 2036년 만료 예정인 USMCA는 2052년까지 연장될지 여부가 내년에 결정된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든 멕시코의 중국 투자기업 감시와 중국 저가 제품 유입 규제에 불만이 있거나,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입품에 10% 관세 물리기를 멕시코산 제품에도 강행할 경우 미·멕시코 통상관계의 틀은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전기차, 자동차부품을 위시해 다양한 부문에서 대멕시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의 산업 부문별 진흥 프로그램을 통한 관세 혜택을 적용받아 큰 타격은 회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향후 미·멕시코 간 통상규범이 중국의 3각 무역 행태를 놓고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