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기업 밸류업' 흔들…지주 떨어지고 반도체 오르고
제22대 총선 여파로 국내 증시가 흔들렸다. 고금리 지속과 고환율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와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1.6% 가량 급락하다 0.07% 오른 2706.9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0.14% 하락한 858.10으로 마감했다. 전일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높아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원·달러 환율도 9.2원 오른 1364.1원으로 마감하며 부담이 더해졌다.

여기에 총선의 영향으로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관련 종목들이 하락했다. 지주사인 삼성물산(-1.54%), SK(-2.46%) 등을 비롯해 한국전력(-3.84%), KB금융(-1.16%), 삼성생명(-5.03%) 등이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초반 3%대 하락하다 오후 들어 상승 전환하며 각각 5.70%, 3.43% 올랐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은 예정대로 이어지겠지만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이 받쳐주는 자동차, 배당수익률이 높은 은행주는 괜찮지만, 유틸리티, 지주, 보험 등 밸류업 기대감이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친 업종은 조정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테마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묶인 에이텍(-19.12%), 동신건설(-22.78%),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테마주인 대상홀딩스우(-24.22%), (-18.64%)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테마주인 화천기계(-21.57%), 대영포장(-15.33%) 등이 급락했다.

반면 삼성전자(0.96%)를 비롯해 SK하이닉스(2.35%),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대장주들이 오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반등, 저PBR 업종 일부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하락하던 코스피 지수가 반전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총선 영향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조세특례제한법),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법인세법)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며 밸류업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세제 지원은 기대감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야권을 설득할 수 있는 ‘교집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ISA 비과세 확대, 가상자산 ETF 도입 등을 고려해봐야 할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일반투자자 보호는 여야 모두 합의한 사항이라 연속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간 밸류업 테마의 주가 불확실성 요인이었던 총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낙폭과대 측면에서 밸류업 종목을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도 엇갈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증시를 추종하는 코리아 ETF는 동반 급락했다. 10일(현지시간) 코리아ETF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ETF’는 3.83% 하락했다. 한국지수의 일간 수익률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X 셰어스 상장지수펀드(ETF)’는 11.17% 떨어졌다. 반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2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한국 증시 기대감을 보였다.

윤아영/류은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