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당선인(왼쪽)이 올 1월 '국민인재 영입환영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갤럭시Z플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 사진=한경 DB
고동진 당선인(왼쪽)이 올 1월 '국민인재 영입환영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갤럭시Z플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 사진=한경 DB
“4월10일 이후에 ‘저는 없다’고 한 말이 매우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올 1월22일 국민의힘에 영입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이 같은 결연한 의지가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나는 과연 제2의 인생에서 저런 결심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결국 마음을 굳혔다”고 부연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평소 사용하는 애플 아이폰 대신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을 꺼내들어 함께 ‘기념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었다. 고 전 사장이 폴더블폰 개발을 비롯한 ‘갤럭시 신화’의 주역이라서다. 한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40년간 IT(정보기술) 발전의 상징 같은 분으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갤럭시 광고가 있을 수 있는 위상을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소개했었다.

이날로부터 정확히 80일이 흐른 11일, 한 위원장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는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삼고초려’로 영입한 고 전 사장은 국민의힘 후보로 ‘보수 텃밭’ 서울 강남병에 출마, 66.29%를 득표해 ‘마지막 청와대 대변인(문재인 정부)’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배지를 달았다.
2019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19'에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나와 갤럭시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제공
2019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19'에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나와 갤럭시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제공
그는 1984년 평사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IM(무선사업)부문장·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무선사업부 팀장 시절부터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기획하는 등 차별화된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주도했고 5G(5세대 통신) 스마트폰과 폴더블폰을 내놓았다.

굵직굵직한 성과를 올린 고 당선인은 소통에도 소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펴낸 ‘일이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이 책은 지난 38년간 조직 생활에서 후배들에게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라고 귀띔했다.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삼성을 떠나면 이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이바지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첫 화두는 청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했던 언급과 궤를 같이 한다.

국회에 입성하면 IT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살릴 것으로 보인다. 고 당선인의 1호 공약은 ‘반도체 메가시티 특별법(반도체산업발전특별법)’. 경기 남부 권역 수원·성남·용인·화성·오산·평택·이천·안성 등을 ‘반도체 메가시티’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 및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