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투표 3% 미달로 비례 확보 실패…고양갑 심상정도 5선 좌절
'큰절 5번' 읍소에도 유권자 선택 못받아…진보정당 입지 '흔들'
[4·10 총선] 정의당, 0석 예측…창당 12년 만에 원외정당 위기
정의당이 4·10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얻는 데 실패하고 원외 정당으로 몰락할 위기다.

앞선 전국단위 선거의 연이은 패배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다 정의당이 녹색당과 연합하는 과정에서 소속 의원의 탈당 등 분열을 겪으며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0시 30분 기준(비례대표 개표율 20.56%) 개표 결과를 보면,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 정당인 녹색정의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1.86% 득표율을 올렸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으려면 3%를 넘겨야 하지만, 이 기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고양시갑에 출마한 심상정 후보 역시 3위에 그쳐 5선 도전이 좌절됐다.

이에 따라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6석의 원내 3당 지위에서 한순간에 원외정당 신세를 앞둔 처참한 성적표다.

정의당이 원외정당이 되는 것은 2012년 창당 이후 12년 만이다.

정의당은 21대 국회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옹호하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지세를 더 끌어올리지 못한 채로 20대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이 2.37%로 주저앉았고 6·1 지방선거에서는 진보당에도 밀렸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과 연합한 녹색정의당을 꾸렸는데, 이 과정에서 류호정 의원이 탈당하는 등 내분도 겪었다.

녹색정의당은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 위성정당에 불참, 지역구 연합도 하지 않겠다며 '독자 노선'을 밟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를 밑돌자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 당 지도부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다섯 번의 큰절을 올리며 읍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4·10 총선] 정의당, 0석 예측…창당 12년 만에 원외정당 위기
여기에 조국혁신당이 일부 진보층 유권자들의 표를 흡수하면서 득표율에 더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총선에서 일부 진보층 유권자들이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소수 진보정당에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등 조국혁신당이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은 0석이 예측된다는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본 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상임선대위원장은 "기후를 살리고 진보를 지키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며 진보 정치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정의당의 정치적 활동 공간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고보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최종적으로 비례대표 정당 득표 3% 기준을 넘기지 못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TV 토론의 공식 초청도 받지 못한다.

정의당은 11일 오전 10시 선대위 해단식을 한다.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후 국회에서 총선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침통한 분위기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심 위원장이 고심해 내린 입장을 오전 중 발표하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