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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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 ‘아베파’ 한 의원은 최근 지역구 비서 두 명이 그만뒀지만 새로 고용할 여력이 없다. 또 다른 의원은 기름값과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전철 이동을 늘렸다. “자금이 바닥나 다음 선거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대 월 1만엔이 넘는 회비를 내야 하는 의원연맹에서 탈퇴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탈퇴자 중에는 아베파 의원이 많다는 전언이다. 1회 회비가 많다고 하긴 힘들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쌓이면 수입이 줄어 힘들다는 게 의원들의 얘기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파벌의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자민당 의원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졌다. 앞서 자민당은 일부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에 따라 파벌별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금지했다. 각 파벌은 파티 수입으로 소속 의원들에게 여름과 겨울에 지급하는 ‘떡값’, ‘얼음값’ 등 보너스도 중단했다.

자민당 일부 파벌은 그동안 파티를 주최하면서 티켓인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다시 넘겨주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아베파, 니카이파 의원 등에 ‘뒷돈’ 의혹이 불거졌다. 자민당은 지난 4일 아베파 중진 두 명에 대한 ‘탈당 권고’를 포함, 총 39명의 징계를 결정했다.

일본에서 정치가가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연고, 지명도, 자금이다. 이 가운데 자금은 파벌 정치와 깊게 관련돼 있다. 파벌 보스가 얼마나 많은 자금을 확보해 파벌 멤버를 챙겨주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진다. 후보는 당선 후 보스의 총재 당선을 위해 적극 협조하는 공생 구조다.

아소파의 중의원 초선인 도다 신(土田慎)은 2022년 파벌 파티 티켓을 500만 엔어치 팔았다. 원래 할당량은 100만 엔으로, 리베이트 400만 엔과 떡값·얼음값 200만 엔 등 총 600만 엔을 받았다. 이를 비서 급여와 사무실 유지비 등 운영비로 썼다. 이는 수입·지출보고서에 기재돼 있어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계파 모임이 금지됐기 때문에 이제 자금 모금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지도가 낮은 젊은 의원은 개인 파티를 열어도 참석자를 많이 모으기 어렵다. 자민당은 개인 파티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자숙하는 분위기여서 파티를 열기도 쉽지 않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재임 중 개인 파티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비자금 스캔들 탓에 정권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NHK의 지난 5∼7일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한 23%로 나타났다.

자민당은 오는 9월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기시다의 재선 시나리오는 가시밭길이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관측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