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불법조업, 안보 차원서 강하게 대응"…'단속전담 함정' 도입 약속
"주변 강대국들 눈치 보느라 어민 생계 못 지키면 정부 존재 의미 없어"
꽃게철 단속함정 탄 尹 "前정부, 中관계 신경쓰느라 어민 피해"(종합)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꽃게철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현장을 찾아 국민의 이익과 안전만을 우선해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천 중구에 위치한 해경 서해5도특별경비단의 단속함정인 해경 3005함을 타고 박생덕 단장으로부터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는 우리 수산자원 보호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라는 차원에서 강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북한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강력하게 단속하는데, 지난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 쓰느라 제대로 단속을 못 해서 애꿎은 우리 어민들만 큰 피해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변 강대국 눈치를 살피느라 우리 어민의 생계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정부의 존재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해경은 어떠한 정치적 판단도 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지키는 일에만 모든 힘을 쏟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해경이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단속 해경에 대한 처우 개선, 단속장비 현대화를 약속했다.

또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직접 승선이 가능한 구조로 된 '단속 전담 함정'을 도입하고, 해경의 안전 장구를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평도 인근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단속 중인 해경 518함장 이강철 경감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 단속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NLL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의 수, 연평어장에서 조업 중인 우리 어선의 수, 현재 518함의 위치 등을 물었다.

또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이구성 해군 2함대 2해상전투단장 등으로부터 향후 범정부 불법조업 단속계획을 보고 받았다.

강 장관은 조업에 가장 중요한 급유시설과 냉장·냉동시설 건설을 재정 당국과 빠르게 소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꽃게 조업 어민을 대표해 참석한 박철수 경인서부수협 조합장은 "해경의 중국어선 단속으로 꽃게 조업 현황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비함에 타기 전 고(故) 이청호 경사·오진석 경감의 흉상에 헌화와 묵념을 하기도 했다.

이 경사는 2011년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나포하다가 순직했고, 오 경감은 2015년 응급환자 이송작전 중 함정충돌 사고로 부상을 입고 치료받다 순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민생 토론회에서 전남 여수의 한 어민으로부터 '중국어선이 물고기를 싹쓸이한다'는 호소를 듣고 해수부와 해경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단속을 지시한 바 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그 결과 정부는 특별단속 기간인 지난달 25일∼31일 불법조업 중국어선 5척을 나포하고, 36척 퇴거·범장망 어구 20틀 철거 등 성과를 거뒀다.

이날 현장 방문에는 김종욱 해경청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조상명 국정상황실장 등도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