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월급 15만원 깎았어요"…선거일 쉬었더니 벌어진 일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선거일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무단결근' 처리한 사업주에게 형사처벌이 내려졌다. 사업주는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쓰지 않고 무단으로 쉬었다고 주장하며 임금까지 감액한 것으로 밝혀졌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날 근무하는 직장인들에 대한 근태 처리 방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선거일 쉬었다고...임금 15만원 뺀 사장님

근로자 1230명 규모의 부산 소재 특수 경비업체에 다니는 경비대원 B씨 등 근로자 8명은 지난 2022년 6월 월급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월급이 15만 3000원이나 빠진 것이다. 알고 봤더니 그해 6월 1일 치러졌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일에 출근하지 않은 것이 '무단결근'으로 처리 돼 있었던 것이다.

직원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선거일 전에 회사 반장으로부터 '법정공휴일 휴가·대근 신청'을 안내받은 후, 신청서의 '휴가'란에 ‘휴일’이라고 기재해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 A씨는 "직원들이 적법하게 연차휴가를 신청하지 않고 결근했다"며 전원 '무단결근' 처리한 것.

결국 A씨는 8명의 임금 총 123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2월 A씨에 대한 공판 사건에서 A씨가 유죄라고 판단하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A씨가 무단결근 처리한 2022년 6월 1일은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근로기준법 시행령, 이 회사 취업규칙에서 정한 ‘휴일’에 해당한다"며 "휴일은 유급으로 보장해야 하고 근로자들이 휴일에 연차 휴가를 신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미 휴일로 정해져 쉴 수 있는 마당에 개인의 연차를 사용할 의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법원은 "유급으로 보장된 휴일을 결근 처리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근로자들이 연차휴가 신청을 적법하게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는 임금 미지급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꼬집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휴가 쓰라 강요하면 위법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이다(참고로 보궐선거는 공휴일이 아니다). 2018년 전까지 공휴일은 말 그대로 '관공서 휴일'이기 때문에 민간기업에서는 근로자를 쉬게 해줘야 할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공휴일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규정됐고, 민간기업 근로자도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보장받게 됐다. 이에 따라 2022년 1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는 법정 공휴일에 쉴 수 있게 됐다(아직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총선 당일은 '유급휴일'이므로 이날 근태를 '무급' 처리를 하거나, 연차휴가를 사용해서 쉬라고 지시했다면 엄연히 위법이다.

만약 총선 당일에 불가피하게 일하게 됐다면 이날 근로에 대해서는 '휴일근로 가산 수당' 50%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해 특정 근로일로 휴일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밖에 공직선거법은 제6조의2는 '고용된 사람이 사전투표 기간 및 선거일에 모두 근무하는 경우에는 투표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고용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을 줘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에 사회 통념상 투표장에 갔다 오기 적절한 시간을 배정해주면 된다. 당연히 다녀온 시간만큼 임금을 공제해서도 안 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영세 사업체의 경우 임금 부담 때문에 여전히 연차휴가를 제출받거나 무급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모두 근로기준법 등 위반"이라며 "특히 개정 근로기준법을 아직 숙지하지 못해 예전 규정대로 근태 처리를 하는 사업주들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