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은 국제구호단체 활동가 7명이 사망한 가자지구 구호트럭 오폭 사건과 관련, 5일(현지시간) '중대한 일련의 실수'였다며 책임을 자인했다.이스라엘군은 오폭 당시 군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을 겨냥하는 것으로 오인했다면서 자체 교전 규칙을 위반한 사실과 일련의 중대 실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내부 조사 결과 사망한 구호대원 7명은 3대의 차량 사이에서 목숨을 걸고 도망치던 중 4분 동안 3차례에 걸친 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이스라엘군은 설명했다.이스라엘군은 공습을 명령한 대령과 소령 등 장교 2명을 해임하고 다른 장교 3명을 견책했다.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사건으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지난 1일 저녁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는 창고에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3대가 공습을 받아 폴란드, 호주, 영국,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 직원 등 모두 7명이 숨졌다.이 오폭 사건으로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한 압력과 비판에 휩싸였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국제 유가가 한 달 넘게 꾸준히 상승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인 작년 10월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석유·가스 시설을 집중 공격해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중동 일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란이 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고유가가 장기화하고 인플레이션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브렌트유 5개월 만에 90달러 돌파4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3달러(1.5%) 오른 배럴당 90.6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를 넘긴 것은 작년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도 1.16달러(1.36%) 상승한 86.59달러에 장을 마쳤다. 최근 한 달간 WTI는 10.8%, 브렌트유는 12.3% 급등했다. 최근 유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은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 이후 중동 일대에 감도는 확전 위험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바레인,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터키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지난달부터 유가를 밀어 올린 공급 차질 문제도 여전하다. 원유 수급 차질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인공지능(AI) 드론이 러시아의 전자 방어망을 뚫고 잇따라 주요 에너지 수출 시설을 공습하면서 빚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출 능력이 최대 14%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오는 6월 대선을 앞둔 멕시코에선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가 미국과 아시아 등의 정유사와 공급 계약을 취소하며 원유 공급을 줄이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호재를 맞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인 OPEC+는 지난 3일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올해 2분기까지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평균 86달러로 예상하며 올여름에는 최고 9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 상승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된 데 기인했고 예상보다 양호한 수요와 석유 생산 감소 등 펀더멘털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가격(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2.1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유가가 지속되면 제조업 원가와 운송비, 냉난방비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물가가 불안정해지면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져 결국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란 불안감도 감돌고 있다.유가는 11월 미국 대선 등 각국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악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유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니 러시아 정유소 공격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한경제/이현일 기자 hankyung@hankyung.com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 보호 등을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이 국제 구호단체의 트럭을 오폭해 미국 시민을 포함한 구호단체 직원 7명이 숨진 사고에 따른 대응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이 잇따른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바이든, 즉각 휴전·민간인 안전 요구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자 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고 가자지구 내 인질 석방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도록 협상팀에 힘을 실어줄 것을 촉구했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 인도주의적 고통, 구호 요원의 안전을 해결하기 위해 일련의 구체적이며 측정할 수 있는 조치를 발표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달 중순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일 발생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오폭 사건을 계기로 진행됐다. 1일 저녁 가자지구 중부에서 창고에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WCK 소속 차량 세 대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고 미국인을 포함한 직원 7명이 사망했다.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커비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WCK 차량) 공격에 충격을 받았으며 네타냐후와 이야기할 때라고 강하게 느꼈다”고 전했다.◆‘친(親) 이스라엘’ 바이든, 태도 바꾸나조 바이든 대통령은 WCK 차량 오폭 사건 직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자국민을 포함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고,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대이스라엘 정책을 전환할 경우 일시적으로 무기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전쟁 지지에 반대하는 아랍계와 무슬림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진보주의자들의 정치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통화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반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네타냐후 총리실과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남부 아슈도드 항구와 북부 에레즈 검문소를 통해 가자 지구에 대한 임시 원조 전달을 허용할 계획이다. 에레즈 검문소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내내 폐쇄된 곳이다. 케렘 샬롬의 교차로를 통해 요르단 원조품 반입도 늘어날 수 있다고 총리실은 덧붙였다. 총리실은 성명에서 “이 결정은 전투의 지속을 보장하고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이스라엘의 발표 이후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조치를 환영한다”며 “해당 조치는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이스라엘의 이란 시리아 영사관 공습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 위협에 직면한 이스라엘을 미국이 강하게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