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없는데 분양한다고?…이거 모르면 속는다 [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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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아파트 분양절차 총정리
아파트 분양절차 총정리
▶전형진 기자
우리는 아파트에 청약한다고 표현하지만 공급자의 입장에선 분양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분양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사실 시행자들이 모인 시행사는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마다 분양대행사를 끼고 하죠. 사업에 대한 기획과 검토는 자체로 진행하지만 세일즈는 분양대행사에 맡기는 것입니다. 수요조사와 예상 분양가 수준 등등 대전략을 분양대행사가 짜기도 합니다. 분양업무도 대신 하는데요. 우리가 모델하우스 가면 만나는 직원들은 건설사 직원이나 시행사 직원이 아니라 대부분 분양대행사 직원입니다. 물론 미분양이 크게 터지면 대행사 직원들이 우르르 교체되기도 하죠. 분양대행사들은 밑에 광고대행사와 홍보대행사를 두는데요. 본질적으로 비슷한 성격의 업무들이 있다 보니 이를 겸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시행자 입장에서도 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 사업을 시작할 때 100냥이 필요했지만 100냥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빌려서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PF죠. 계약금 들어오면 PF 이자 내고, 중도금 들어오면 공사비 내고, 선순환이 이뤄지는 겁니다. 이 프로세스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선순환 구조에 균열이 생기는 거예요. 청약시장이 가라앉으면 PF 위기가 온다는 게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만약 흥부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는데 정당계약에서 포기했다고 해보죠. 이땐 청약통장이 사용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초당첨자가 아니라 예비당첨자였다면 어떨까요. 흥부에게 순번이 오자마자 포기하면 통장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고, 동·호수추첨까지 갔다가 포기하면 사용한 것으로 봅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청약이란 게 시작됩니다. 무순위청약은 이론상 무한으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5가구 남았는데 5명이 청약했습니다. 경쟁률은 1대1이죠. 그런데 여기서 4명만 계약해서 1가구가 남았습니다. 그럼 마지막 1가구를 팔기 위해 또 무순위청약 공고를 내야 합니다. 경쟁률이 1대1을 넘었었기 때문이죠.
반대로 5가구 남았은데 4명만 청약했습니다. 이땐 경쟁률이 미달이죠. 아무도 계약 안 해서 5가구가 그대로 남아도 다시 무순위청약 공고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면 경쟁률이 미달이었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선 무순위보단 선착순이 팔기 편합니다. 그래서 무순위청약에서 미달이 뜨고 조용히 넘어가길 원하는 곳들도 있어요. 예전에 무순위, 예당 제도가 없을 땐 '죽통작업'도 했습니다. 죽은 통장 작업의 준말입니다.
죽은 통장이란 이 같은 방식입니다. 청약할 때 가점 높은 통장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당첨되더니 막상 정당계약 때는 아무도 계약을 안 합니다. 미리 명의를 사둔 고가점 통장들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을 안 하니까 이게 바로 선착순으로 넘어갑니다. 그럼 그때 가서 원래 팔기로 했던 사람들에게 파는 거예요. 확실한 손님들이 계약률이 높으니까요. 분양시장에 이 같은 편법이 많다 보니 중간에 필터를 만든 게 지금의 예비당첨, 무순위청약 제도입니다.
그리고 조직분양이 시작되죠. 영업사원들이 우리를 찾아다닙니다. 이들은 MGM이라고 해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계약을 성사시켜도 받고 모델하우스 방문만시켜도 받습니다. 계약하는 사람에게 일정 부분 돌려주기도 하죠. 과거 인터넷 개통하고 핸드폰 개통하면 현금 주던 것과 똑같습니다.
청약홈이 개편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올봄 내집마련을 위해 청약할 땐 이 내용이 소중한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이문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이재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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