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 전공의들이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이후 윤 대통령이 전공의 대표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면담 이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해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20분간 면담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으며,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전공의 처우와 근무 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2월 20일 전공의협의회가 발표한 ‘7대 요구안’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백지화 △의사 수급 추계기구 설치 △전문의 인력 증원 △의사 사법 리스크 대책 마련 △업무개시명령 폐지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등을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의료계는 이날 면담을 계기로 정부와 전공의들 간 대화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날 면담 직후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대담 전에는 전공의협의회 대의원들에게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며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일부 강경파 전공의들은 여전히 ‘무조건적인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어 당분간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병욱/이지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