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남미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적자구조가 고착화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중남미 33개국과의 무역에서 55억2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 4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갔다. 2019년까지 30년 연속 무역 흑자를 이어왔던 추세가 뒤집혔다는 평가다.

무역 관계가 역전된 배경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있다. 한국은 중남미 국가에 자동차 부품, 철판, 합성수지 등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고 원유, 리튬, 철광, 아연 등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특히 한국의 1위 수입 품목인 원유 가격이 치솟으며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자 리튬 가격이 치솟은 것도 적자 전환의 요인이다.

원자재 중요도가 커지자 세계 각국은 중남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와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막바지에 이르렀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결성된 중남미 최대 경제연합체다. EU를 비롯해 중국, 튀르키예, 베트남 등도 지난해 FTA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한국은 2021년 7차 협상을 끝으로 메르코수르와의 FTA 타결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