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구 141만 명의 광주광역시에 평상시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의원이 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여파로 분만실을 갖춘 병원이 잇달아 폐업하면서 10년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마저도 6곳 중 한 곳은 다른 병원과 통폐합을 앞두고 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광주에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을 합쳐 총 67곳이 산부인과 진료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분만실을 운영하는 의료시설은 상급병원인 전남대병원을 포함해 6곳에 불과하다. 2013년만 해도 분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24곳이었으나, 2017년 4년 만에 12곳으로 줄어든 뒤 7년이 흐른 올해엔 6곳만 남게 됐다. 인구 110만 명의 울산시가 6곳의 분만 병원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광주 지역 대표 산부인과 중 한 곳이던 문화여성병원은 저출산 여파를 이기지 못해 지난해 9월 30일자로 폐업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5명에 마취·소아과 의사 3명, 직원 90명, 병실 60개 규모이던 이 병원은 저출산에 따른 분만 감소와 산부인과 전문의 수급 문제가 겹치면서 경영 악화로 35년간 이어오던 병원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월 폐업한 광주 문화여성병원 건물에 ‘통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동률 기자
지난해 9월 폐업한 광주 문화여성병원 건물에 ‘통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동률 기자
병원 관계자는 “광주 북구를 대표하던 산부인과이고 인근의 전남 담양과 장성, 함평에서도 분만을 위해 방문하던 병원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분만 수가 줄어 운영비 감당이 어려웠다”고 했다. 문화여성병원은 문을 닫은 뒤 6개월이 넘도록 임대 안내 현수막을 내건 채 빈 건물 상태로 남아 있다. 새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할 이도 찾지 못하고 있다.

병·의원을 운영하는 광주 지역 산부인과 개업의들은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고 외래 진료만 하거나 미용 쪽으로 진료과목을 바꾸고 있다. 7년 전까지 분만 병원을 운영하다 지금은 피부 미용으로 진료 과목을 바꾼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분만을 위해 직원들이 3교대로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산부인과 특성상 고정비용이 커 더 이상 분만실을 운영할 수 없었다”며 “주변 산부인과 전문의 10명 중 7명은 피부 미용이나 성형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분만 진료가 가능한 기존 전문의의 고령화로 ‘분만실 뺑뺑이’ 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직 분만실을 운영하는 한 병원의 원장은 “광주에서 분만 진료가 가능한 의사들은 대부분 50대 중후반의 남성 의사”라며 “이들이 은퇴를 시작하는 10년 뒤면 대도시에서도 분만실을 찾아 병원을 돌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출산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1월 필수 의료 중심의 공공 의료정책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몇 곳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