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일 피아이이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53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최정일 피아이이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53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 2차전지 전(全) 공정 검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업체는 피아이이뿐입니다. 내년 매출 1000억원 달성하겠습니다."

최정일 피아이이(PIE)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포부를 밝혔다.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최 대표는 간담회 내내 실적 성장을 확신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피아이이는 작년 5월 하나금융25호스팩을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한 뒤 고평가 논란에 다섯 차례에 걸쳐 기업가치를 낮췄다. 스팩 주주들이 피아이이 기업가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당초 4888억원이었던 기업가치는 2702억원까지 낮아졌다.

2018년 설립된 피아이이는 2차전지 장비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삼성SDI 출신인 최 대표는 앞서 디아이티를 공동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시킨 경험이 있다. 첨단산업용 검사장비 분야에서만 15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다.

최 대표는 피아이이 설립 초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처리로 2차전지 배터리의 결함을 찾아내는 머신비전 검사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피아이이는 전극, 조립, 활성화, 팩 공정 등 2차전지 배터리 전 공정을 검사하는 소프트웨어와 영상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 모든 유형의 2차전지를 검사할 수 있다. 라인에 설치된 카메라로 배터리 외관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아이이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차전지 공정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고, 제품 및 설비의 이상을 예측해 제조공정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세계 각지의 2차 전지 생산 라인이 증설되는 만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피아이이는 완성차 업체, 2차전지 셀 메이커를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며 배터리 소재 업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업체의 설비 투자 규모는 커지고 있어 피아이이는 업황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의 글로벌 생산 능력은 2026년까지 연평균 39% 늘어날 전망이다.

개별 기준 피아이이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413억원, 영업이익은 68억원이었다. 당초 예상치인 매출액 577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을 밑도는 수치다. 최 대표는 "경영상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감사인과 매출 인식 기준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다"며 "작년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매출은 올해 반영될 것이며 작년 100여명의 인력을 충원하며 인건비도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 말 피아이이의 수주잔고로 650억원을 확보하며 실적 성장 기반을 다졌다"며 "이제 씨앗을 뿌리는 기간은 지났기에 올해와 내년 실적은 확실히 개선될 것이며 내년 매출액(별도 기준) 목표는 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1호 메가스팩 도전' 피아이이 "내년 매출 1000억 자신 있다"
피아이이는 '메가 스팩'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메가 스팩은 공모금액 300억원 이상, 시가총액 3000억원대의 대형스팩을 말한다. 피아이이가 합병 상장에 성공하면 피아이이는 '국내 1호 메가 스팩'이 된다. 앞서 국내 1호를 노렸던 크리에이츠는 고평가 논란 속에 상장 철회했다.

피아이이와 하나금융25호스팩의 주당 합병가액은 6733원, 양사의 합병비율은 1:1.4852220이다. 하나금융25호스팩 1주를 갖고 있으면 합병 후 피아이이 주식 약 1.5주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합병 후 피아이이의 시가총액은 2703억원 수준이다.

피아이이와 하나금융25호스팩은 오는 12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되면 5월 17일 합병기일을 거쳐, 6월 중 코스닥에서 신주가 거래될 예정이다. 스팩 합병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발행 주식수 3분의 1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나금융25호스팩 공모주를 가진 주주는 합병에 반대하면 회사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합병 반대를 위한 의사통지 접수 기간은 이달 11일까지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다. 회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1만578원이다. 합병 법인인 하나금융25호스팩의 주가는 9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스팩 주가가 부진한 건 합병 과정에서 피아이이의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