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에이닷과 삼성의 AI스마트폰 갤럭시S24/사진=SK텔레콤, 삼성전자 제공
SK텔레콤의 에이닷과 삼성의 AI스마트폰 갤럭시S24/사진=SK텔레콤, 삼성전자 제공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스마트폰에서 실시간 통역을 하거나 통화 내용을 요약하는 게 가능해진 가운데 3일 기자는 실제로 두 서비스를 사용해봤다. 에이닷은 4개 언어(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를 지원하고 갤럭시AI는 에이닷 지원 언어를 포함해 총 13개 언어를 지원한다. 기자는 영어와 일어 통역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갤럭시AI·에이닷 일상대화 통역 수준 '비슷'

SK텔레콤 에이닷 '통역콜' 서비스/사진=유지희 기자
SK텔레콤 에이닷 '통역콜' 서비스/사진=유지희 기자
에이닷은 어플리케이션(앱)을 열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건 뒤 화면 하단 '통역콜 버튼'을 누르면 통역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네 가지 선택지가 화면에 뜨는데 이때 통역 받을 언어를 누르고 통화를 진행하면 된다.

영어를 선택하고 통역콜을 진행하니 통역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안내음이 나왔다. "언니 지금 어디에 있어?"라고 한국말로 묻자 짧은 알림음과 함께 상대방의 "I'm in Gapyeong(가평) right now(저는 지금 가평이에요)"라는 답에 에이닷은 "저는 지금 코펜에 있다"고 통역했다. 고유명사와 호칭 번역의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진 대화에서 고유명사와 호칭을 제외하고 "하루 정도 머물 예정이야", "우리는 국수와 삼겹살을 먹었어" 등의 대화는 정확히 통역했다. 난도를 올려 뉴욕타임즈의 미국 주식 시황 기사를 주제로 대화해봤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가 지수 중 하나며 올해 들어 들어 3개월 동안 10% 이상 상승했다는 문장을 무리없이 통역해냈다.

갤럭시 AI로도 통역 서비스를 시험해봤다. 갤럭시 기본 전화 창에서 상대방 번호를 누른 뒤 화면 중앙에 뜬 실시간 통역을 누르면 통역이 시작된다. 갤럭시 AI는 각각의 언어 팩을 미리 다운로드해야 해당 언어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에이닷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시간 통역을 음성과 함께 텍스트로도 보여준다는 점이다. 위치를 묻자 'Gapyeong(가평)'이라고 음성과 텍스트로 정확히 번역했다. 그러나 이후 삼겹살(pork belly)을 비슷한 발음인 돼지 계곡(pork valley)으로 말하거나 막국수를 마쿠사(makousa)로 통역하는 등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갤럭시 AI에서도 미국 주식 시장에 관한 대화를 나눴는데 S&P 500 지수를 'X and mp 501'이라고 오역하며 고유명사에서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문장은 에이닷과 동일하게 통역했다. 클라우드를 한 번 거쳐야 하는 에이닷보다 갤럭시 AI 속도가 몇 초 이상 큰 차이가 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차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또한 갤럭시 AI는 통화 동시통역이 텍스트로 나오는 대신 통화 녹음이 안 됐지만 에이닷은 텍스트가 나오진 않지만 통화 녹음이 가능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일상 대화에서 자연스러운 건 갤럭시 AI, 어려운 용어들이 들어간 정보전달 목적 대화에서는 에이닷 품질이 다소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 대화는 일어에서 갤럭시AI '압도적 승'

갤럭시AI의 실시간 통역 텍스트 화면/사진=유지희 기자
갤럭시AI의 실시간 통역 텍스트 화면/사진=유지희 기자
일본어로도 통화해봤다. 먼저 에이닷으로 길을 물어보는 상황을 가정해 통역콜 서비스를 이용했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역이 어디예요?"라는 질문에 "쭉 가면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사사즈카라는 역이 있습니다(ここからまっすぐ行くとコンビニがあります。そこで右側にまわると笹塚駅があります。)"라고 잘 통역했다.

일본 닛케이 신문 기사를 소재로 일본 경제에 관한 대화를 이어갔다. 엔저가 일본 시장의 원화 약세를 촉진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어느정도 해석하는 듯했으나 '매파'와 같은 용어들은 건너뛰고 통역해 문장이 어색했다.

갤럭시 AI에서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니 일상적 대화는 에이닷과 유사하게 통역했다. 일본어로 통화한 상대방은 "일상 대화는 6대 4 정도로 에이닷이 약간 좋은 것 같다. 난도를 높인 대화는 갤럭시 AI가 훨씬 자연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에이닷 "짧은 통화도 요약" 갤럭시 "가격, 숫자 정확하네"

통화 요약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일상 대화와 업무용 대화 두 경우를 갖고 요약 서비스를 사용했다. 에이닷과 갤럭시AI의 통화 요약 서비스는 통화 후 녹음된 음성 데이터를 텍스트로 옮기고 요약본으로 전환되는 형태였다. 갤럭시 AI 서비스는 30초 이하의 짧은 통화를 마치자 '녹음내용이 너무 짧아 요약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반면 에이닷은 30초 이하 통화의 요약도 가능했다.
SK텔레콤 에이닷 통화요약(왼쪽), 갤럭시AI 통화요약(오른쪽)서비스/사진=유지희 기자
SK텔레콤 에이닷 통화요약(왼쪽), 갤럭시AI 통화요약(오른쪽)서비스/사진=유지희 기자
에이닷 통화 요약 서비스의 경우 통화 후 자동으로 '친구와의 일상적인 통화 내용', '승진 후 업무 조정과 PPT 제작 상황 논의' 등 통화 내용 전체를 하나의 제목으로 요약했다.

전체 통화 텍스트를 먼저 확인해보니 친구가 그날 찜닭을 배달시켜 먹는다는 것과 음식, 몸무게에 관한 대화를 했는데 고유명사인 친구의 이름, 찜닭 업체명 등을 제외하고 그대로 대화를 받아적었다. 요약본을 확인해보니 '전화 통화 중인 친구와의 대화', '음식과 몸무게에 관한 대화' 등의 상세 요약이 정확했다. AI가 뽑은 이 대화의 키워드는 '일상', '음식', '통화'였다.

갤럭시 AI 통화 요약 서비스도 키워드를 제공했다. 친구와의 일상 대화 중 배관 수리에 관한 대화에 키워드는 '배관 수리', '비용 부담'으로 에이닷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키워드를 뽑았다. 요약본도 '아줌마'를 '아내'로 요약한 것 빼곤 대체로 정확했다. 재미있는 점은 통화 내용 전체의 텍스트본에는 '학원 갔다'를 '사고 났다' , '스터디'를 '수술'로 받아적는 등 자잘한 오류가 많았음에도 전체 통화요약본은 90% 이상 정확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에이닷 통화요약(왼쪽), 갤럭시AI 통화요약(오른쪽)서비스/사진=유지희 기자
SK텔레콤 에이닷 통화요약(왼쪽), 갤럭시AI 통화요약(오른쪽)서비스/사진=유지희 기자
업무용 대화의 경우에도 에이닷보다 갤럭시 AI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통화를 요약했다. 이규연 대리를 이규현 대리라고 하는 등 고유명사의 발음에 따른 오류는 있었지만 에이닷은 전체 대화를 '승진과 PPT 작업에 대한 대화', '인력 부족과 아웃소싱에 대한 대화' 등으로 요약했다면 갤럭시AI는 'OOO 대리에게 프로젝트 상황을 문의함', 'PPT 16장 정도 준비 중, 160장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황' 등과 같이 자세한 정보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해줬다.

결론적으로 두 서비스 모두 일상 대화는 물론, 해외에서 외국인과 가벼운 주제로 통화가 가능한 수준이라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시간 전화 통역에서 갤럭시 AI의 장점이 크게 부각됐다. 앱을 통하지 않고 기본 전화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실히 편리했다. 실시간 음성 통역뿐 아니라 텍스트까지 제공했고, 통화요약에서는 전체 대화에서 거론된 중요한 수치들까지 포함해 대화문 전체를 보지 않아도 통화의 핵심을 잘 끌어냈다.

에이닷의 장점은 아주 짧은 통화도 요약이 가능한 게 꼽힌다. 자동으로 제목을 달아주고 일상적인 짧은 대화를 잘 요약해줘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능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 호응에 SK텔레콤은 최근 아이폰(ios)에 제공하던 에이닷 서비스를 안드로이드까지 확대했고, 삼성전자도 갤럭시S24에만 들어갔던 AI 기능을 갤럭시S23, 갤럭시Z플립·폴드5 등에도 적용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