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파주~서울역 구간 개통을 앞둔 가운데 서울 중구 남산과 서울역 일대 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남산 주변 랜드마크로 추진 중인 밀레니엄힐튼호텔 재개발 사업이 문화재 심의를 넘어섰다. 서울역 사거리 일대는 봉래지구 재개발(SK디앤디),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한화건설)과 맞물려 고층 오피스와 쇼핑, 컨벤션이 집중된 업무지구로 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힐튼호텔 33층 오피스로…서울역 일대 개발 탄력

문화재 심의 통과한 힐튼호텔

2일 사업시행자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와이디427피에프브이(PFV)가 추진 중인 ‘양동구역 제4-2·7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9만4427㎡)에 대해 문화재청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현상변경을 조건부 허가했다. 구역 동서쪽에 옛 서울역사와 한양도성이 있어 일부 구역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속해 이번에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았다. 작년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이 확정된 데 이어 5개월 만에 심의를 통과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추진 중인 ‘서울역 일대 공간혁신프로젝트’는 중구 양동지구에 있는 메트로타워와 서울로타워, 힐튼호텔(23층·71m)을 허물고 높이 142m(33층) 오피스 1개 동과 호텔·쇼핑몰로 이뤄진 1개 동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동안 도보 접근성이 떨어진 남산의 ‘입구’를 만드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라며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사업비는 2조4000억원을 웃돈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축구장 1개 크기의 녹지가 이 부지에 조성된다. 녹지 축은 동쪽의 백범근린공원과 남산으로 연결될 예정이다. 서울역 8번 출구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역에서 남산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이지스자산운용은 건축물을 남산에서 최대한 멀게 배치했다. 연내 건축허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아 2029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힐튼호텔 재개발 사업은 오는 5월께 예정된 건축 심의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밀레니엄힐튼호텔을 설계한 김종성 서울건축 명예대표는 “건축학적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브론즈·대리석 등으로 마감한 1층 로비(아트리움)를 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디에이건축사사무소는 기둥 등 형태를 보전한 아트리움을 녹지공간으로 옮겨 지하에 들어설 쇼핑몰의 입구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작년 말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반영한 정비계획을 통과시켜 한시름 놓은 상태다.

북부역세권·봉래3지구 개발 잇따라

서울역 사거리 일대에는 고층 오피스 복합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2만9000㎡) 복합개발 사업은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서울역 북쪽에 공터로 남아 있던 유휴부지는 컨벤션과 전시장, 회의장이 결합한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설과 오피스, 호텔, 고급 오피스텔 등으로 탈바꿈한다. 지하 6층~지상 최고 38층, 5개 동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지에서 통일로 맞은편에 있는 봉래1지구(봉래동1가 57의2 일대)에는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 메리츠화재 본사 건물이 조만간 완공된다.

서울역 사거리 전면에 있는 봉래3지구(남대문로5가 63의1)에는 지상 27층(139m) 오피스가 들어선다. 힐튼호텔 재개발(142m)에 버금가는 높이로 인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104m)보다 높게 지어진다. 건물 매입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지난달 20일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봉래3지구 정비계획 변경안이 가결됐다. SK디앤디는 국민연금과 함께 설립한 리츠인 DDVIC 1호를 통해 부지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5월 말에는 호암아트홀이 있는 옛 중앙일보 빌딩이 완전히 철거된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GTX-A노선 서울역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서울역 일대가 새로운 도심 업무지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