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직장인, 밤엔 유튜버…겸업 어디까지 허용될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야근이 줄어들면서 유튜브에 동영상 컨텐츠를 올리며 취미생활로 부수입을 얻는 직장인들이 많다. 물가는 치솟는데 월급만 거북이처럼 여유를 부리는 현실에 배달 등 생계형 부업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겸업·부업의 욕망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월 평균 국내 부업 인구는 57만 5000여명으로, 3년 전보다 13만명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배달의 민족·우버 등 배달운송,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숨고·크몽 등 인력중개 서비스 등 각종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쉽게 부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평생 직장의 개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플랜 B’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 회사 일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추가로 돈도 벌면 좋겠다는 욕구 등이 겹치면서 겸업은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기업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겸업에 신경 쓰느라 본업에 신경을 덜 쓰거나,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부업하느라 다음날 회사에 지각하는 등 본래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직원 입장에선 근무시간이 아닌 퇴근 후나 주말에 짬짬이 부업하는 것은 사생활 영역인데, 회사가 무슨 근거로 이를 금지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겸업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져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어떤 경우에 겸업이 금지되고 징계사유까지 될 수 있는지, 직장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을 최근 판례를 통해 알아본다.

겸업이란 ‘주된 직업 외에 다른 일을 겸해서 하는 것’을 말한다. 공무원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무원법 제64조에서 영리 업무와 겸직을 금지하고 있어, 겸업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사기업 근로자의 경우 겸업을 금지하는 현행법 규정은 없지만 많은 기업에서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별도 약정 등을 통해 겸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취업규칙 등에 겸업금지 조항이 있으면 겸업을 아예 못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헌법 제15조에서 따라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여기에는 여러 개의 직업을 선택해 동시에 함께 행사할 수 있는 자유, 즉 겸직의 자유도 포함된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으로 겸직 금지 규정은 당해 업종의 성격상 다른 업무와의 겸직이 업무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제한적으로 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01. 7. 24. 선고 2001구7465 판결). 이는 자동차부품제조업체의 직원이 사적으로 다방 영업을 한 사안이었는데, 법원은 이로 인해 “회사의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회사가 기업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이 없는 경우까지 겸업을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겸업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하여, 겸업 금지나 이를 사유로 한 징계처분이 전부 정당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를 반대해석하면,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경우는 겸업이 금지되고,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

◆겸업으로 인해 본래 업무를 태만히 하는 경우

회사가 근무시간 외에 하는 겸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근무시간중에 다른 일을 겸한다면 근로계약상 성실의무에 위반되는 행위가 된다. 근로계약관계는 다른 계약보다 강한 전속성을 특징으로 하므로,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근로자는 성실의무의 일환으로 직무에 전념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에 겸업·부업과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겸업으로 인해 지각, 조퇴 등 근태가 불량하고 업무태도가 불성실한 경우 등은 노무제공에 지장이 초래된 경우로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일례로 법원은 근로자가 회사의 허가 없이 근무시간에 배우자가 운영하는 드론 관련 까페에 게시물과 댓글을 쓰고, 업무용 컴퓨터에 드론 관련 파일을 저장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드론 특허출원과 관련하여 근무시간 중 장시간 통화한 사안에서, 단순히 배우자의 업무를 일부 도와준 것뿐이라는 근로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드론 관련 영리사업에 종사한 것으로 보아 취업규칙상 겸직금지, 영리사업 종사금지 규정 위반의 징계사유를 인정했으며, 다른 비위행위와 함께 감봉의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22. 2. 24. 선고 2020구합77633 판결).

◆회사와 동종·유사 사업 하거나 경쟁업체에 취업하는 경우

근로자가 겸직을 통해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등 회사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 겸직금지 위반의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법원은 회사 이사가 부인을 내세워 개인기업을 설립하고 회사의 사업목적 중 하나인 신재생에너지사업과 중복되는 사업을 추진한 경우 “근로자로서 근로계약상의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서 그 비위 의도가 무겁고, 논문을 발표해서 회사의 비밀을 누설한 것은 그 저의가 개인기업을 홍보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 해고의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서울고등법원 2013. 6. 28. 선고 2012누35346 판결).

또한 법원은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의 직원이 국내 쇼핑·호텔·숙박·관광지 등 정보를 외국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다른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일을 한 경우, 취업규칙상 겸업금지원칙 위반의 징계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9. 7. 5. 선고 2018나2065317 판결).

◆다른 직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 직장 질서를 해치는 경우

택시운전 근로자가 회사의 승인 없이 다른 근로자들과 모의하여 조직적으로 대리운전을 한 사안에서, 법원은 “대리운전은 같은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서 업무의 형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회사에 대한 노무제공에 상당한 영향을 줄 만한 성질의 것인 점, 근로자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하여 다른 회사 근로자들과 모의하여 조직적으로 대리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해당 대리운전은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을 한 것으로 취업규칙상 겸직금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다른 비위행위를 함께 고려하여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23. 6. 1. 선고 2021구합76484 판결).

◆영업비밀 유출, 회사 명예나 이미지 훼손 등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비밀로 취급되지 않은 회사의 일반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 고객사, 관계사의 영업비밀이나 정보 등을 유출하는 경우 영업비밀보호 의무 위반으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카페나 식당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유튜브 등을 통해 제조비법을 노출하는 경우 영업비밀 침해 소지가 있다.

또한 유흥업소, 도박, 마약 등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하거나,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부당하게 폄훼하는 경우 등 회사의 명예나 신용, 이미지가 훼손되는 경우에도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직장 내 공간에서 촬영하거나 대외비인 영업정보를 부지불식간 공개하는 경우에도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직장인 브이로그(V-log) 등 직장 내 일상을 보여주는 유튜브 촬영 등을 하거나 직업·업종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부업을 하는 경우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회성 행위까지 겸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판례도 취업규칙에 ‘회사의 허락 없이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를 즉시퇴직 처리하도록 규정한 사안에서, 취업규칙에서 말하는 ‘직업’을 정기적이 아닌 일회성 행위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2. 8. 18. 선고 2022누32087 판결).

정리하면, 직원이 근무시간 외에 겸업·부업을 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이어서 전면 제한하기는 어려우나, 근무시간 중에 겸업으로 인해 본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와 경쟁적 사업을 하거나 경쟁업체에 취업하는 경우, 회사의 영업비밀을 이용, 유출하거나 회사의 명예·신용을 훼손하는 경우 등은 취업규칙 등에 의해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다만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부담하며, 해고까지 가는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근로자가 성실의무를 위반한 경우여야 할 것이다.

향후 겸업은 지금보다 더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Chat GPT로 대표되는 AI(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져 고용불안이 심화되는 한편, 정작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는 급격히 감소하는 등 미래 일자리의 지도가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편 근로자가 일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추구하는 경향도 더 커질 것이고,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고려할 때 앞으로 기업에서 겸업·부업에 따른 분쟁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도 무조건 겸업·부업을 금지하기보다는, 이것이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을 초래하여 금지되는 경우에 관해 구체적인 내부 기준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안내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도 근무시간 중에는 본래 업무에 충실하게 전념하고, 본업에 영향가지 않도록 스스로 단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