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前사장
임종윤 前사장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한미약품 장·차남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이들 형제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주주총회 표결에서 이겨 이사회 다수를 차지했다. 뒤바뀐 결과에 이번 분쟁에 참전한 로펌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31일 법조계와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등 다섯 명이 이사진으로 선임됐다. 모두 장·차남 측 인물이다.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기존 이사진은 네 명만 남게 됐다. 송 대표 측이 제시한 인물은 모두 이사진 진입에 실패했다. 송 대표의 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이사 선임 역시 불발됐다.

임종훈 前사장
임종훈 前사장
26일 법원 판결 때와 정반대 분위기가 펼쳐졌다. 당시만 해도 임종윤·종훈 형제의 가처분 청구가 기각된 데다 국민연금이 OCI그룹과의 통합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모녀 측으로 승기가 기우는 양상이었다. 한미사이언스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법원 결정 후 “OCI홀딩스를 상대로 한 신주 발행이 한미사이언스의 운영자금 조달과 재무구조 개선, 연구개발 기반 구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한 결정이란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형제 측이 주총 표결을 통해 이사회 다수석에 앉으면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저지할 수 있게 됐다. OCI홀딩스 측은 주총 결과가 나온 뒤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형제 측을 자문한 지평과 광장은 주총에서의 승리 덕분에 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평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다음날인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건 초기부터 지배구조와 주주 성향, 우호 지분 확보 방안,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제시했다”며 “주주 제안을 한 쪽이 대규모 상장회사의 이사회 다수로 선임돼 경영권 확보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