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양현준처럼…"영플레이어상 욕심나지만 팀이 잘해야"
강원FC 선봉 꿰찬 고교생 양민혁 "필 포든이 좋아요!"
"사실상 내 둘째 아들이야. 우리 둘째랑 나이가 같다니까.

"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의 윤정환 감독에게 양민혁은 정말 '아들뻘'이다.

윤 감독은 1973년생이고, 양민혁은 2006년생이다.

아직 구단 유스팀인 강릉제일고에 재학 중인 양민혁은 언론 인터뷰가 낯설다.

31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의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양민혁은 부끄러웠는지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기자들과 시선을 좀처럼 맞추지 못했고, 이런 자리가 어색한지 좀처럼 팔다리를 가만히 두지 못했다.

그는 아직 얼굴에서 여드름이 사라지지 않은 '소년'이다.

하지만 당당히 실력으로 강원 공격의 선봉 자리를 꿰찼다.

이날 FC서울과 홈 경기에서 양민혁은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

경기 시작 12분 만에 날카로운 슈팅으로 서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기습적으로 페널티지역 왼 측면을 침투해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골키퍼 최철원이 가까스로 쳐내지 못했다면 골망을 흔들었을 슈팅이었다.

이날 양민혁은 후반 26분 교체될 때까지 슈팅 3회, 유효슈팅 2회를 기록했다.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도 돋보였다.

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서 17세 10개월 15일의 나이로 데뷔전을 치른 양민혁은 강원의 여러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연소 데뷔뿐 아니라 구단 최연소 공격포인트 기록도 양민혁 차지다.

제주전 어시스트를 올린 양민혁은 광주FC와 2라운드(2-4 패)에는 골 맛도 봤다.

양민혁은 오전 수업을 듣고 오후에 구단 훈련을 소화하는 일정이 힘들지만 재미있단다.

이제 어엿한 프로 선수가 된 그를 친구들은 부러움의 시선으로, 부모님은 대견하게 본다고 한다.

강원FC 선봉 꿰찬 고교생 양민혁 "필 포든이 좋아요!"
양민혁은 "이런 기회가 없다는 걸 안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양민혁의 등번호는 47번이다.

스코틀랜드 축구 명문 셀틱으로 떠난 양현준이 2021, 2022시즌 사용한 번호로, 양민혁이 스스로 택했다.

그는 "(양현준 선수를) 되게 많이 닮고 싶었다.

나도 프로에 가서 그렇게 양현준 선수처럼 활약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다"며 "이제 그 꿈이 실현된 것 같고,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필 성씨가 같아 구단 안팎에서 '양현준의 후계자'로 불리는 그가 이 번호를 택한 이유가 또 있다.

양민혁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바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2선을 담당하는 필 포든이다.

47번은 포든의 상징과도 같은 번호다.

포든을 언급할 때는 갑자기 목소리가 또렷해진 양민혁은 체격만 보면 실제로 양현준보다 포든에 가깝다.

양현준은 180㎝에 가까운 신장에 신체 균형이 뛰어난 게 장점이지만 양민혁의 키는 170㎝대 초반이다.

체격도 크지 않다.

얼마 전까지 고등학생들을 상대하다가 국내 최상위 리그에 모인 성인들과 맞서게 된 양민혁은 "속도 차이가 가장 크다.

또 선수들의 경험과 개인 능력의 격차도 많이 느끼고 있다"며 "프로 무대는 확실히 어렵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선배 양현준처럼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에 가장 자신 있다는 양민혁의 최근 관심사는 '슈팅'이다.

프로 무대에서 시원한 슈팅을 연일 선보이는 그는 "연습 중이다.

슈팅이 강점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민혁은 양현준이 K리그에서 보여준 업적을 뒤쫓아가려 한다.

당장의 목표는 영플레이어상이다.

양현준은 2022시즌 K리그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해 7월 내한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K리그 선발팀)의 친선경기에서 '깜짝 활약'한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팀의 간판으로 올라섰다.

양민혁은 "영플레이어상에 일단 한번 욕심부려보고 싶다.

하지만 팀이 잘돼야 나도 주목받는 것"이라며 "팀 성적을 더 올리는 게 일단 목표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FC 선봉 꿰찬 고교생 양민혁 "필 포든이 좋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