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대해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뿐만 아니라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도 함께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지난 1월 전문투자자인 녹십자웰빙이 NH증권·하나은행·예탁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으로 녹십자웰빙에 투자 원금(20억원)의 절반 수준인 10억9300만원과 이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두고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회사가 공동 책임을 지는 ‘다자배상’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NH증권이 옵티머스 펀드의 수익 구조, 이익 실현 가능성에 의심이 드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펀드 투자를 권유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나은행도 펀드 평가 공정성·기준가격 적정성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하고, 예탁원은 주의 의무를 위반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단순 투자금 사기 사건에서 끝나지 않고 대규모 금융 사건으로 번지게 된 데는 옵티머스 펀드에 관해 각자 자본시장법이 부여한 역할이 있는 세 회사의 주의의무 위반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킨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 회사는 모두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녹십자웰빙도 “피해 인정 금액이 적다”며 항소장을 냈다.

2019~2020년 옵티머스 펀드를 4000억원대 규모로 가장 많이 판매한 NH증권은 펀드 사기가 드러난 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원금 전액을 반환했지만, 법인 등 전문 투자자들과는 소송 중이다. NH증권과 하나은행, 예탁원을 ‘공동 행위자’로 규정한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투자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NH증권과 다른 금융회사가 나누게 될 수 있다. NH증권은 책임 분담과 관련해 하나은행, 예탁원 등을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