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재건축 오래 걸린다고 말만 들었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아시나요. 그래서 제가 모두 조사해봤습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재건축사업을 통해 준공된 108개 단지의 평균 15.07년입니다.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서울시 정비사업몽땅에 정보공개된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값입니다. 사업 진행이 오래 걸린 조합들의 경우 정비사업몽땅에 공개된 자료가 부족한 경우도 많은데요. 이 경우 고시문과 각 구의회 회의록의 날짜를 취합해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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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단계별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강남3구에서 재건축사업을 진행했거나 진행중인 108개 조합 가운데 현재 구역지정 단계는 1곳, 추진위원회 단계는 8곳, 조합단계는 30곳입니다.

사업과정 전체로 보자면 기본계획수립은 청사진을 마련하는 단계죠. 이후 안전진단을 거치면서 주민들 스스로 재건축 가능 여부를 알아보게 되는데요. 그래서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 시점을 안전진단 시기로 봅니다. 앞서 안전진단~준공까지 평균 15.07년 걸렸다는 결과를 보여드린 이유입니다. 재건축 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통 이 정도 시간은 든다는 것이죠.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이 기간이 제일 짧았던 건 반포현대를 재건축한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입니다. 6년밖에 안 걸렸죠. 제일 길었던 곳은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인 래미안원베일리입니다. 21년이나 걸렸는데요. 월드컵 4강 신화를 쓰던 2002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습니다.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은 사업 진행 속도에서 신화처럼 여겨지는 곳이죠. 다만 안전진단 시점부터 측정하자면 준공까지는 13년이 걸렸습니다. 물론 사업마다 정체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진행을 언제부터로 볼 것이냐에 따라 경과한 기간이 다르게 판단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신반포1차가 아크로리버파크로 준공된 다음 조합이 청산하기까지는 6년이 더 걸렸습니다. 조합은 법인입니다.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해 주민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죠. 새 아파트를 다 지어서 목적을 달성했으면 존속할 필요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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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마지막으로 할 일은 이전고시라는 과정인데요. 주민들의 땅을 모아서 아파트를 지었으니까 공사가 끝나면 다시 땅을 쪼개서 나눠줘야 합니다. 그래야 각자의 집에 등기가 나오고, 대지지분이 얼마인지도 기록되죠. 이전고시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등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이 과정이 어렵다 보니 몇 년씩 걸리는 곳이 많습니다. 재건축이 끝났는데오 조합이 존속하는 이유죠.

아니면 소송에 걸리는 바람에 조합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아니라면 그냥 남아있는 경우도 있죠. 아무도 조합이 존속하고 있는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존재한다면 회사원들 월급을 줘야겠죠. 조합장은 계속 월급을 받는 것입니다. 조합원 돈으로 말입니다.

강남3구에서 재건축으로 준공된 단지는 34곳입니다. 이 가운데 해산이나 청산까지 마친 조합은 21곳인데요. 그렇다면 나머지 13곳의 조합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사업 단계별로도 하나씩 보겠습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일단 뜻이 맞는 사람들과 도원결의를 해야 합니다. 그때 처음 만드는 게 추진위원회죠. 정식 명칭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입니다. 나중에 조합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라는 뜻인데요. 가끔 추진'준비'위원회라고도 있는데 이건 임의단체입니다.

추진위를 만들려면 50% 동의율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동의율을 75%까지 올리고, 아파트 동별로 50% 동의율을 또 맞추면 이제 조합 설립이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한 단계 나가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이 과정을 겪어본 85개 조합을 조사했더니 평균 4.77년이 걸렸습니다.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제일 빨리 진행한 곳은 추진위 설립한 해에 조합 설립인가도 받았습니다. 분양을 앞두고 있는 디에이치에델루이입니다. 대치구마을3지구죠. 2014년에 추진위도 설립하고 조합도 설립했습니다. 반대로 가장 오래 걸린 곳은 어디일까요. 20년이 걸린 은마입니다.

조합을 세우면 이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 아파트를 어느 정도 크기로, 어떤 모양으로 지을 건지 결정하고 도장 받는 단계입니다. 건축심의, 교육환경영향평가,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대부분의 인·허가 과정이 여기 포함됩니다.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조합 설립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는 겪은 66개 조합은 평균은 3.36년 만에 이 단계를 통과했습니다. 가장 짧았던 기간은 1년인데요. 16개 조합이 1년 만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마쳤죠. 가장 오래 걸린 곳은 15년 걸린 삼성동 홍실아파트 재건축입니다. 아크로드청담으로 짓는 중이죠.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사업시행계획인가 다음은 관리처분계획인가입니다. 관리처분은 우리 재산에 관한 걸 정리하는 단계예요. 새 아파트 어떤 면적대를 누가 받을 것이고, 누구는 얼마를 더 내야 하고, 얼마를 돌려받아야 하고, 돈과 관련한 모든 걸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일반분양가도 여기서 정합니다.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앞서 사업시행계획인가는 관에서 허가를 해주냐 마냐의 문제가 있었지만 관리처분은 보통 내부의 교통정리만 잘 마치면 됩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면 사업의 8부능선은 넘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한 단계 진행하는 데는 또 얼마나 걸릴까요. 관리처분까지 진행한 57개 조합 평균 2.6년이 걸렸습니다. 짧은 곳들은 1년이면 끝났습니다. 하지만 13년이나 걸린 곳도 있습니다. 이번엔 대치구마을2지구, 대치푸르지오써밋입니다.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이주와 철거까지 마치면 통상 착공과 동시에 선분양을 합니다. 그런데 조합이 원하는 일반분양가격이 안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땐 거의 준공될 때쯤 후분양을 하는 것이죠. 이 기간의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강남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분양을 앞두고 있는 신반포15차 래미안원펜타스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죠.
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오늘 전수조사 자료를 다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원본 엑셀은 집코노미 주민센터에 올려뒀으니까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받아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취합한 정보는 1차적으로 정비사업몽땅 기준입니다. 여기 없으면 고시문을 뒤져서 날짜를 찾았고, 고시문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 각 구의회를 뒤졌습니다. 구역지정 전에 회의록에 첨부되는 의견청취안이 정보의 보고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과거에 사업을 진행한 재건축 단지들 가운데는 정비사업몽땅에 이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곳들도 많았습니다. 반포주공 형제들, 래미안퍼스티지나 반포자이나 잠실주공+시영 형제들, 엘·리·트·레·파의 경우엔 아예 취합이 불가능했습니다.

도정법이 제정되기 전 사업을 추진하던 곳들은 지금과는 그 과정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연도가 뒤죽박죽이거나 사업기간이 더 길어 보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 아파트지구 같은 곳들은 기본계획이 아주 나중에 나오기도 했죠. 대표적으로 압구정의 경우엔 지구단위계획이 지난해 나왔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참고하시고 자료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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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예주·예수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예수아 PD